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현 정신보건법) 시행(30일)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초기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제입원을 결정할 전문의 인력이 부족해 초반에 ‘날림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퇴원하는 입원환자가 3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행 첫 주
강화된 강제입원 절차가 30일부터 현장에 곧장 적용된다. 현재는 보호자 2명이 요청하고 전문의 1명이 동의하면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지만 개정법이 시행되면 타 병원 전문의가 2주 내에 추가로 진단을 내려야 한다. 복지부는 제2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한 사례가 연간 12만9863건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강제입원 환자의 38.6%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담당할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진단 전담 전문의’ 16명(정규직 2명, 계약직 14명)이 빨라야 6월 말에야 충원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채용되기 전에는 국립대병원과 민간지정병원 의사가 진단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상시 진료 환자도 많아 타 병원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출장을 다닐 인력을 빼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담 전문의 1명이 하루에 환자 12∼16명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병원 간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환자 1명당 대면 진료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선 추가 진단 의사가 환자 1명당 평균적으로 진료기록 검토에 2∼3시간, 면담에 1시간가량을 들여 꼼꼼히 입원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행 석 달 후
현행 6개월인 기존 환자의 ‘계속 입원’ 심사 간격이 ‘입원 후 3, 6, 12개월’로 촘촘해진다. 종전엔 환자가 급성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퇴원 후 주거지가 마땅치 않으면 병원이 ‘계속 입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법은 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없으면 강제입원 시킬 수 없도록 규정했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세가 심했던 환자가 퇴원 후 치료제 복용을 거르고 외래진료에 응하지 않아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점을 막으려면 이들을 돌볼 지역사회 복귀 인프라가 더 많아야 한다. 복지부는 퇴원 환자를 보살필 각종 시설에 빈자리가 8000명분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정신질환 치료와 무관한 노숙인 보호시설까지 포함한 통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미입원 정신질환자 43만 명 중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5만여 명에 불과해 치료 인프라 연계율도 낮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퇴원 환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병원에 들러 치료제 복용 여부를 체크하도록 하는 ‘외래명령’을 실효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시행 여섯 달 후
정신병원에 생애 처음 입원하는 환자에 한해 한 달 내에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도록 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11월 30일 출범한다. 전문의, 법조인, 환자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환자의 진료 기록을 검토하며, 필요 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미국 프랑스 등에선 법원이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기구인 만큼 형식적 심사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히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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