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20대男, 시속 100km 달리는 택시 운전대 꺽고 “납치당했다” 거짓말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21시 52분


코멘트
“아들이 납치당했다가 탈출했어요”

6일 오전 3시 54분경 경찰 112센터에 한 여성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택시기사에게 납치당해 끌려가다 탈출한 뒤 피신했다는 아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은 가족과 함께 조 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약 1시간 뒤 서울 성동구 수도박물관 앞에서 조 씨가 발견됐다. 그는 심하게 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음주 해프닝으로 여기고 조 씨를 귀가시켰다.

납치 소동의 진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12신고 직전인 6일 오전 3시 30분경 조 씨는 강변북로를 달리던 택시에 타고 있었다. 만취한 조 씨는 조수석에 앉은 채 갑자기 택시기사에게 “죽여 버릴 거야”, “거짓말 하는 놈들은 다 죽어야 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시속 100㎞로 달리는 택시의 운전대를 잡고 오른쪽으로 꺽었다. 경기 구리시 방면으로 향하던 택시는 난간을 들이받고 풀숲으로 추락했다.

에어백 덕분에 부상을 피한 조 씨는 택시에서 내려 300m가량 떨어진 수도박물관 근처로 도망쳤다. 그러나 택시기사 이모 씨(54)는 목과 허리 등을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특히 택시는 앞부분이 크게 파손됐다. 경찰은 사고 조사를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다가 15일 택시 승객이 허위 납치 신고의 당사자인 걸 확인했다.

조 씨는 경찰에서 “택시기사가 납치하려 해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시 블랙박스에 녹음된 자신의 욕설을 들은 뒤 “술에 취해 착각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로 조 씨를 구속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