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 봉사, 자연과 함께하는 최고의 힐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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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꽃길, 숨쉬는 서울]<3> 도심정원 돌보는 시민정원사

8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스타정원에서 시민정원사들이 나무 상태를 살피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8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스타정원에서 시민정원사들이 나무 상태를 살피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스타정원’ 주변에 노란색 조끼를 맞춰 입은 대여섯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일 한산한 시간을 틈타 정원을 찾은 이들은 기념사진을 찍는 대신 나뭇잎과 가지의 상태를 하나하나 살폈다. 정원 구석에 숨은 잡초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2015년 서울 정원박람회 때 조성된 스타정원은 연예인 팬클럽의 후원을 받아 만든 공간으로 나무마다 유명 가수나 배우의 이름표가 걸려 있다. 주변 돌담에는 팬들이 가져다놓은 듯한 연예인들 사진이 여러 장 눈에 띄었다.

단체복까지 챙겨 입고 스타정원의 나무와 꽃을 꼼꼼히 손보는 이들은 극성 팬클럽 회원들 같지만 사실 정원 점검을 나온 서울시 시민정원사들이다.

시민정원사 프로그램은 서울시가 조경 관련 시민전문가 양성을 위해 2014년 시작했다. 서울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이론과 실습 교육(56시간) 및 봉사와 실습 과정(120시간)을 이수하면 시민정원사 자격이 주어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민정원사는 188명.

시민정원사 대부분은 마을 조경사업이나 서울시 조경 관련 행사 같은 곳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여한다. 조경박람회에서 정원에 대한 해설을 하거나 인근 학교 학생들의 생태수업을 돕는 활동도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무보수 활동이지만 봉사에 동참하는 시민정원사는 늘고 있다. 이날 만난 시민정원사들 역시 정원 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공원을 꼭 찾는다고 했다. 실제 인근 정원 30여 곳 입구에는 관리를 담당하는 시민정원사의 실명이 적혀 있다. 공원 상주 관리자들은 대부분 조경과 상관없는 비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정원 관리는 시민정원사들이 도맡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전문적 기술이 필요해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시민정원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용 부담이 커 박람회 설치 작품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곳곳에 방치된 황량한 공터를 생태체험학습장같이 시민이 쓰고, 즐길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바꾸는 일도 시민정원사의 몫이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은평구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은 입구부터 수국, 채송화를 비롯한 형형색색의 꽃들이 봄기운을 물씬 풍겼다. 야외학습을 하러 체험원을 찾은 유치원생, 중고교생들의 발길은 점심 이후에도 이어졌다.

서주봉 서울시민정원사회 사무국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공터가 우리의 노력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보람을 느낀다”며 “봉사활동이지만 매일 자연과 함께하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치유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예비 시민정원사 8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대다수가 전업주부지만 퇴직했거나 자영업을 하는 남성 수강생 비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연령대도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수강생 염승섭 씨(50)는 “도시에는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수업을 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면서 “수업시간 배운 내용을 토대로 동네꽃길 가꾸기에도 참여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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