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 화성시에 있는 금형(金型) 열처리 전문업체 ㈜새한진공열처리 공장에서는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다루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무직 직원을 제외한 생산직 직원 30여 명은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직원 A 씨는 “남들 쉬는 날에 일하니 기분 좋을 리 있겠나. 이럴 때마다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인 이날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 휴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는 휴무가 원칙이다. 이상일 새한진공열처리 대표(54)는 “직원들을 쉬게 해 주고 싶지만 다음 공정들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어 우리 맘대로 쉴 수 없다. 공휴일이 있다고 납품 날짜를 늦춰주는 것도 아니라 무조건 제 날짜에 물건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업주로서는 휴일에 공장을 가동하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 휴일 근무는 통상임금의 50%를 할증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는 “이번 주처럼 연휴가 많으면 생산비가 더 들지만, 그렇다고 납품가에 반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골판지상자 제조업체 ㈜용신플러스도 이날 공장을 가동했다. 부처님오신날인 3일도 공장을 돌릴 예정이다. 이애경 대표(59)는 “TV에서 황금연휴니, 공항에 인파가 몰리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먼지 풀풀 날리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니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 근속연수가 20∼30년씩 된 직원들이라 그나마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중소기업은 최장 11일의 황금연휴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하는 곳도 분위기가 우울하지만 일감이 바닥나 문을 닫은 곳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사무실용 실내건축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 B 씨는 “1, 3, 5일 공휴일은 물론이고 4일에도 쉰다. 작년만 해도 연휴 때 일했지만 이번에는 물량이 없어서 인건비라도 아끼려면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징검다리 연휴 사이 평일인 2, 4 ,8일 중 하루라도 임시 휴무를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54%에 그쳤다. 임시 휴무는커녕 휴일인 1일 34.1%, 3일 23.7%, 5일 11.1%의 중소기업이 평소처럼 정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복지와 근무 여건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갈수록 외면하는 원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00인 이하 중소·중견기업 신입사원이 1년 안에 조기 퇴사하는 비율은 32.5%에 이른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돈을 적게 주는 대신에 휴일과 근무시간을 보장해주는 장점이라도 있어야 20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겠나.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일자리 공약도 좋지만 중소기업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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