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N포세대’… 男은 우울증↑ 女는 음주↑

  • 동아일보

복지부, 5000명 대상 정신질환 조사
우울증 감소 40대男-50대女와 달리… 20대 청년들은 5년새 0.7%P 증가
알코올 장애 갈수록 줄어들지만 20, 30대 여성은 오히려 늘어


은퇴를 앞둔 A 씨(58)는 10일 지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낸 사설 정보지를 읽은 뒤 잠이 오지 않고 숨이 가빠져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정보지엔 “미군이 ○○일 북한을 폭격할 예정이며, 남한 내 자국민을 은밀히 귀국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담당의는 “시리아 공습 장면을 교묘히 짜깁기한 ‘가짜 뉴스’ 탓에 나타난 전형적인 불안장애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102명을 대상으로 17개 정신질환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을 앓은 64세 이하 성인의 비율인 평생 유병률은 5년 전보다 0.8%포인트 줄어든 26.6%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는 숨은 환자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2001년부터 5년마다 이 같은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A 씨처럼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9.5%로 5년 전보다 오히려 0.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남들 앞에서 바보스러워 보일까 봐 만남을 피하는 ‘사회공포증’은 같은 기간 0.5%에서 1.8%로 급증했고, 공공장소에서 불안을 느끼는 광장공포증(0.7%), 이유 없이 불안발작을 일으키는 공황장애(0.4%)도 각각 2배로 늘었다. 조사를 맡은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이나 ‘묻지 마 범죄’를 목격하고 불안해하며 스마트폰으로 확산되는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1년 우울증 유병률(지난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5년 새 2.4%에서 3.1%로 높아져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40대 남성이 2.4%에서 0.6%로, 50대 여성이 4.9%에서 1.8%로 각각 크게 낮아진 것과 대조적으로 유일하게 유병률이 오른 그룹이다. 연구진은 20대가 취업·주택·학업난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와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술과 담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알코올, 니코틴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은 5년 전보다 0.6∼0.8%포인트 줄었다. 양주, 소주보다는 과일소주, 막걸리 등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과 담뱃값 인상 등이 각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 30대 여성의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은 오히려 늘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n포세대#우울증#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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