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함 2억 원’ 최유정 변호사 연관성 의혹에 ‘성균관대 대숲 소설’ 다시 눈길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4월 4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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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성균관대 사물함에서 발견된 2억원 상당의 현금을 수사중인 경찰이 100억원대 부당수입료로 문제가 된 최유정 변호사와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달 ‘성균관대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 재조명 받고 있다.

한 학생이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교수의 부탁으로 서류 봉투를 사물함에 두는 일을 맡았는데 봉투를 열어보니 현금 2억원이 들어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글 쓴이는 이 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글 속 내용은 전부 허구이며 자신이 지어낸 소설” 이라고 밝혔지만 글의 일부 내용이 이날 보도된 내용과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어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최근 학생들만 이용하는 생명과학부 건물에 대학교수 A씨가 들어가는 CCTV 영상을 확보, A교수와 돈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A교수는 부당 수임료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최유정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로 확인되면서 돈이 최 변호사의 범죄 수익금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현재 A교수와 돈과의 관계가 밝혀진 것이 없기에 사건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성균관대 어둠의 대나무숲’에 올라온 소설 글▼

“자네,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했지?”
사건의 발단은 교수의 말이었다. 삼수로 시작하여 나이가 많아 추천서를 받기도 힘든 나였지만, 부모님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점점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매번 그 교수에게 추천서를 써 달라고 온갖 아부와 아양을 떨었지만 그 망할놈의 교수는 자기의 이득만 취하고는 나를 모른척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가 처음으로 나에게 먼저 1대1로 면담하자고 말한 것이였다.
“내가 간단한 부탁이 있는데, 급작스러운 일 때문에 자네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네. 아마 ㅇㅇ대학의 ㅁㅁ교수 밑에 가고싶다고 했지? 받아들이면 거절할 수는 없지만, 자넨 할 수 있지?”
추천서. ㅇㅇ대학. ㅁㅁ교수. 여태까지 내가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나이만 늘어나고 실패만 했던 그곳이였다. 이 말을 듣고는 나의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어차피 대학생이란 교수의 부탁, 혹은 명령에 취약한 존재아닌가. 나에겐 전혀 손해될 것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명령 받은 것은 두가지 였다. 하나는, 이 서류봉투를 그곳에 두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의 명령 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것. 나는 오히려 그 서류봉투 보다, 그 이름을 듣고는 깨달았다.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였어.
발을 빼기엔 늦었다. 그렇다고 이 일에 관여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분명히 무슨 탈이 생기면 덤터기를 쓰는 것은 나이리라.
그래서 나는 일단 그 서류봉투를 들고 집으로 왔다. 내일이 되야 그곳은 열리고, 게다가 무엇보다 이 상황에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방 한가운데 있는 서류 봉투 안에는 2억이 들어있었다. 현찰로 1억, 달러로 1억으로.
나는 한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추천서, 대학원 따위는 잊어버린지 오래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 마다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CCTV에 찍힌 내 모습이 메스컴에 떠 도는 모습을 상상하고 미칠 것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를 키고 1분도 안 되서 두려움에 꺼버렸고, 핸드폰은 진작에 꺼버렸다. 몇 날 며칠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잠도 들지 못했다. 잠자는 사이에 누군가가 나를 덮치고 잡아갈까봐.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생전 처음으로 뉴스를 1시간동안 봤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뉴스서 한 이름을 듣고는 나는 리모컨을 떨어트렸다. 주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략)
교수는 나에게 말했다. 돈에 무슨일이 생긴다면, 아마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나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간신히 정신을 다잡았다. 언제라도 경찰이 내 집을 찾아와서 나를 잡아갈 것이라는 생각도 이제 잠잠해졌다. 그 일이 있고 몇달이 지나도 찾아오지 않는 경찰은 나의 두려움을 희석시켰고, 내 자아는 그 일을 단순한 악몽, 그 이상 이하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사실 정확히는, 자포자기했다.
“야. 우리 학교에서 2억 발견된거 들었냐?”
정말 간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저 말을 듣고 나는 바로 뛰쳐나왔다.
걸렸어. 걸렸어. 걸렸어. 난 이제 끝이야. 끝. 끝. 끝. 자살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죽기 싫어. 감옥에 가기도 싫어. 내 가족은? 안돼. 자살하자. 죽기 싫어.
손을 덜덜 떨면서 뉴스를 보았다. 속이 울렁거리고 두려움에 뇌가 헤집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리고 찾아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나는 미친듯이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았다.
“….성균관대학교 ㅇㅇ과 사물함에서 2억이 나왔….”
….어? 사물함?
그리고 깨달았다. (중략)나말고 다른 사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일을 했다.
왜냐하면 난 사물함에 숨기지 않았으니까."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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