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色마케팅’… 장성군, 노란색에서 답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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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고향에선]

지난해 10월 장성군에서 열린 ‘가을 노란꽃잔치’에서 관광객들이 노란색 코스모스로 뒤덮인 황룡강변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두 번째로 축제에는 72만 명이 몰려 대성공을 거뒀다. 장성군 제공
지난해 10월 장성군에서 열린 ‘가을 노란꽃잔치’에서 관광객들이 노란색 코스모스로 뒤덮인 황룡강변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두 번째로 축제에는 72만 명이 몰려 대성공을 거뒀다. 장성군 제공
#1. 20일 전남 장성군 북이면 사거리 마을. 면사무소 뒷골목 담벼락이 노란색 물결을 이뤘다. 이곳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로 채워져 일명 ‘고흐 벽화 거리’로 불린다. 태양과 해바라기, 추수하는 모습 등이 골목을 따라 길게 펼쳐져 마을 분위기가 한결 밝아 보였다. 이 마을에 사는 기선희 씨(43·여)는 “지저분했던 담벼락이 멋들어진 노란색 그림들로 새 단장을 해 마을이 환해지고 거리도 깨끗해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2. 장성읍 고려시멘트 앞 오거리 회전교차로에서 장성역에 이르는 4차로 거리의 간판은 노란색 계통으로 산뜻하게 정비돼 있었다. 지상 변압기와 버스 승강장 표지판도 노란색 꽃 모양의 옷을 입었다. 식당과 가게, 사무실 천막은 고흐 그림의 느낌이 나도록 꾸며졌다. 박언정 장성군 옐로우시티프로젝트팀장(46·여)은 “장성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하는 전국 최초의 컬러 마케팅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 최초 색(色) 마케팅

장성군은 지역을 알리는 브랜드를 찾다가 노란색에서 답을 찾았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특정 색을 가지고 관광 자원화에 나선 것은 장성군이 처음이다. 왜 하필 노란색일까? 장성군의 젖줄인 황룡강의 지명 유래에서 착안했다. ‘강 깊은 곳에서 황룡이 살았다’는 황룡강 전설을 모티브로 삼아 ‘옐로우시티(Yellow City)’라는 새로운 지역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지역에 연중 노란색 꽃이 활짝 피는 꽃동산을 만들어 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자연친화 도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활기찬 도농 복합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2014년 11월 ‘옐로우시티’ 특허를 출원하고 2015년 초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본격적인 조성에 나섰다. 장성역 광장, 장성대교 등 읍면 20곳에 3월에는 튤립, 4∼8월에는 마리골드, 루드베키아, 해바라기, 웨이브 피튜니아 등을 심었다. 9∼10월에는 국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팬지를 심어 연중 노란색 꽃이 활짝 핀 꽃동산을 조성했다. 장성군은 옐로우시티 조성 사업에 필요한 꽃을 화훼 농가로부터 구입하거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해 조달하고 있다. 연간 70만 본의 꽃을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예산 절감 효과도 크다.

장성군은 이달 초부터 주요 진출입로 등에 황금빛 초화류와 수목 50만 그루를 심고 있다. 이는 지난해 식재량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단광 나들목 교차로 주변에 황금개나리 1만2000그루를 심고 장성댐에서 황룡강을 잇는 5km 도로변에는 황금개나리와 황금느릅나무를 식재해 강과 어우러진 휴식 공간으로 조성한다.

○ ‘황룡강 르네상스’ 시동

옐로우시티를 민관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성군은 사회단체와 유관기관, 주민과 협력해 별도의 민간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옐로우시티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고 직접 꽃을 심고 가꾸게 하는 등 참여를 유도해 ‘민관협력 네트워크’(거버넌스)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용균 장성읍이장협의회장(68)은 “잡초가 우거지고 쓰레기로 뒤덮인 공간을 꽃밭으로 가꾸면서 뿌듯함을 느꼈다”며 “옐로우시티가 군민의 미래이자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색 마케팅은 대외적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017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에서 신뢰도 높은 도시브랜드로 선정됐고 ‘2016 한국의 최고 경영인상’ 창조혁신경영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8월 ‘한중 디자인포럼’에서 도시디자인 우수 사례로 소개돼 국제무대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옐로우시티의 연장선에 있는 개발 계획이다. 황룡강의 본 역할인 치수와 이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사계절 노란 화초가 살아 숨쉬고 노란색 마케팅이 가미된 힐링, 체험, 관광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장성군은 관련 용역을 지난해 마무리하고 황룡강 정비에 들어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고흐 벽화 거리#옐로우시티#황룡강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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