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으로 대판 싸울 바엔… ‘나 홀로’ 본가로 간 부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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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괴로운 설’… 두 표정

 
결혼 4년 차 주부 김모 씨(34)는 설을 경기 수원시 친정집에서 보냈다. 시댁이 대전이라 멀지는 않지만 지난해 추석 때 시댁에서 남편과 심하게 싸운 뒤 ‘명절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혼 후 줄곧 시어머니와 경제적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김 씨는 명절에 종교적 문제로 차례지내는 것을 거부하면서 고부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김 씨는 30일 “남들 보기엔 좋지 않을지라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고민하다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가족 간 갈등이 터질 확률이 높은 명절 부작용을 피하려고 각자의 본가에서 명절을 쇠는 부부가 늘고 있다. ‘명절이혼’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갈등이 심해지자 명절을 아예 배우자와 따로 보내는 고육책이자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주부 윤모 씨(37)도 친정어머니와 설을 지냈다. 외동딸인 윤 씨는 결혼 후 홀어머니가 명절에 혼자 지내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남편의 누나 내외를 보고 가라며 붙잡는 데에 불만이 컸다. 이번에도 쓸쓸하게 보낼 어머니가 걱정된 윤 씨는 남편에게 설 연휴를 각자 보내자고 선언했다.

 결혼 17년 차인 김상훈 씨(57)는 아내에게 각자 설을 쇠자고 먼저 제안했다. 부모가 계시는 경남 창원까지 멀기도 한 데다 오가는 내내 시댁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와 자꾸 다투는 것이 싫어 ‘나 홀로 귀성’을 택한 지 올해로 2년째다.

 가족 간 갈등이 증폭되는 명절 기간 사소한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명절 동안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명절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2014년 7737건에서 2015년 8491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622건으로 급증했다.

 이배영 한국부모교육연구원장은 “각자 명절을 따로 보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부부애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명절증후군#갈등#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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