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생에게 “화장실에 귀신 나오니 부적 갖고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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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 종교교육을 한 강원 지역 2개 초등학교 교사 3명에게 견책과 감봉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이들에게는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기본법의 성실의무 위반, 종교중립의무 위반,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강원도교육청은 25일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한 교회 소속 일부 교사들의 편향되고 과잉된, 그리고 조직적이면서 전방위적인 전도 방식이 문제"라며 "주로 초등학생들, 그것도 1학년 학생들에게 편향된 종교관을 주입해 일상생활마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교육자를 떠나 국가공무원의 도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민 교육감은 "무엇보다 이 사건으로 상처 받았을 아이들과 학부모, 학교 구성원 모두의 마음이 빨리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A 교사는 예수를 믿지 않으면 화장실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유로 화장실 갈 때 예수보혈 부적을 만들어 지니고 가거나, 부적이 없으면 예수보혈을 외친 다음 화장실을 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B 교사는 지난해 학부모와 상담 과정에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홍보물과 책자를 주며 전도 행위를 했다. 또 도덕 수업 중 학생들에게 자신의 간증 동영상으로 특정 종교 관련 시청각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학부모들이 감사를 청구하는 탄원서를 강원도교육청에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강원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이 같은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상 처분을 통보했다. 또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에 근무지를 변경하는 인사 조치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해당 교사들을 전보 조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A 교사는 "귀신이야기는 학생 두 명이 화장실에서 귀신을 봤다고 말해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무서워 해 교사의 경험을 말하며 용기를 준 것이지 '예수 안 믿으면 귀신이 나온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예수보혈이란 부적을 만들도록 하지 않았고 부적이 없으면 '예수보혈'이라고 외치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같은 신앙을 가진 학부모 1명에게 본인이 나온 프로그램 홍보물을 전달했지 책자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B 교사는 간증 동영상에 관해 "해당 영상은 본인의 이야기로 내가 일상의 분노를 어떻게 극복하게 됐는지를 도덕 관련 단원의 수업 자료 차원에서 보여준 것이다. 종교교육이 목적이 아니었다. 같은 교회 신도의 간증 동영상을 보여주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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