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D라인? 임신부는 괴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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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엄마 연예인 따라하기 번져

 9개월 차 임신부인 차유정 씨(32)는 아이를 가진 후 활동 범위가 준 반면 입맛은 살아나 몸무게가 15kg가량 늘었다. 복부뿐 아니라 팔다리에도 임신 전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차 씨는 최근 모델 장윤주의 만삭 화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만 불룩 나오고 팔다리는 임신 전과 마찬가지로 늘씬해서다. 그는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하지만 예비 엄마 모임에 가면 ‘살이 많이 올랐으니 관리 좀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주변에는 만삭 화보를 찍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려는 엄마도 많다”고 말했다.

 출산을 한 달 앞둔 장모 씨(31)는 지난해 12월 만삭 화보를 찍었다. 산부인과와 연계된 사진관에서 곧 태어날 신생아의 앨범을 예약하자 만삭 화보를 무료로 찍어줬기 때문. 화보를 찍기 전 장 씨는 평소보다 식사를 적게 하고 보디 슬리밍 크림을 구입했다. 그는 “요즘 엄마들에게 ‘D라인 화보’ 찍는 게 유행”이라며 “임신을 해도 여자에게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이 임신을 하고도 ‘다이어트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윤주, 가희, 야노 시호 등 유명 여성 연예인들의 만삭 화보가 쏟아지면서 ‘임신부도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다. ‘굴욕 없는 D라인’ ‘배만 불룩, 여전한 각선미’ ‘임신부도 여자니까요’ 등 만삭 연예인을 수식하는 어구도 각양각색이다.

 이용주 아란태산부인과 원장은 “만삭이 되면 보통 체중이 12∼14kg 느는 게 정상”이라며 “살이 많이 찌는 것도 좋지 않지만 화보를 찍는다고 부분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건 태아에게 좋지 않을 수 있어 임신부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삭 화보 열풍은 연예인에게서 일반인으로 전염되는 추세다. 11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만삭 화보’로 인스타그램을 검색한 결과 총 21만5105건의 게시글이 검색됐다. 만삭 화보를 전문적으로 찍어주는 사진관도 생겨났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과 연계된 일부 사진관에서는 40만∼50만 원 상당의 ‘만삭 화보 촬영권’이 불티나게 팔린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A사진관에는 하루에 많게는 9명, 한 달에 200여 명의 임신부가 화보를 찍으러 온다고 한다. 사진관 관계자는 “가족 콘셉트로 찍는 분도 있지만 ‘섹시 콘셉트’의 화보도 다수 찍는다”고 말했다.

 예비 엄마들에게 퍼진 ‘매끈한 D라인 만들기’에 대한 강박은 임신부의 신체를 성적(性的) 대상화하는 인식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출산한 양모 씨(33)는 “만삭이 돼서도 몸매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신종철 가톨릭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적게 먹다 보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태아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임신부#연예인#d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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