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후 첫 모의고사 성적상승 노려… 윈터스쿨서 하루 13시간씩 수업
지난해보다 수강생 최대 3배 늘어
모두 연말 분위기에 취해 있던 지난해 12월 30일, A 군은 입소를 하루 앞두고 짐을 꾸렸다. 칫솔 치약, 슬리퍼, 수건 7장, 운동복 3벌, 양말 7켤레, 각종 문제집과 사전 등을 챙기니 바퀴 달린 여행가방 2개가 가득 찼다. 휴대전화는 빼고 전국 모의고사 성적표 사본을 밀어 넣었다.
한 달 동안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오후 10시 반 잠들기 전까지 공부할 수 있을까. 300만 원을 선뜻 결제해 주시던 엄마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져본다. ‘진짜 열심히 해서 돈이 아깝지 않게 할 거야!’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수능’으로 출제되면서 A 군처럼 겨울방학 4∼5주간 하루 13시간씩 공부하는 학원인 ‘윈터스쿨’에 들어간 예비 고3이 많다. 5일 학원가에 따르면 기숙 또는 통학형 ‘윈터스쿨’ 수강생이 2016년 초보다 최대 3배로 늘었다.
강남대성학원 윈터스쿨에는 예비 고3 1000여 명이 2일부터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00여 명을 뽑았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기숙형 윈터스쿨도 마찬가지다. 방이 한정돼 최대한 받은 인원이 약 580명. 종로학원 본원 윈터스쿨에도 예비 고3이 지난해보다 2배가 더 와 강의실을 늘렸다.
경기 용인종로학원 윈터스쿨에는 경북의 한 고교 교장이 상위권 학생 3명을 데리고 왔다. 교장은 “이 학생들로 대입 성과를 제대로 내고 싶어 재단에서 학원비를 내줬다”고 말했다. 통학형으로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은 학원 앞에 단기 하숙집을 얻었다.
예비 고3들이 윈터스쿨을 선택한 건 예상치 못한 ‘불수능’에 선배들 못지않게 놀라서다. 겨울방학에 수능 모든 영역을 한 번 훑으면 개학 뒤 첫 모의고사에서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는 대신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커지는 국어와 수학 실력을 다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내신 성적을 잘 따야 한다는 압박감도 영향을 미쳤다. 대입에서 수시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전형 비중이 상당히 커진 만큼 3학년 때 중간·기말고사를 잘 보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다고 우려한다. 윈터스쿨은 통학형은 월 150만 원, 기숙형은 250만∼300만 원 정도 든다. 한 학생은 “부모님이 ‘나중에 대학에 잘 가면 싼 것’이라며 기숙형을 등록해 줘 불효녀가 된 것 같지만 감사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에서는 대입 준비를 확실히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이 많다. 서울의 한 예비 고3 학생은 “보충수업은 자율이고 별로라 친구들 대부분이 안 듣는다”며 “독서실에서만 공부하는데 내가 하는 방식이 맞는지 걱정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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