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엔 치맥” 국민 간식 대명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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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요리 트렌드 변천사]1960년대 전기구이 나오며 인기
프랜차이즈 바람에 프라이드 돌풍… 최근엔 마늘-과일 토핑으로 진화
드라마 타고 中-동남아서도 빅히트

 한국인 1인당 평균 닭고기 소비량은 한 해 15.4kg(2014년 기준)에 이른다. 돼지고기(24.4kg)에 이어 두 번째로 사랑하는 육류다. 닭백숙, 닭볶음탕, 닭갈비, 찜닭, 치킨 등 요리 형태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닭고기 소비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단시간에 빨리 자라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육계가 보급된 1960년대 중반부터다. 전기구이 통닭 등을 선보이던 ‘명동영양센터’ 같은 닭 요리 전문점은 이 무렵 생기기 시작했다.

 닭을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치킨은 1970년대 식용유가 보급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는 ‘페리카나’와 ‘처갓집양념통닭’ 등 양념치킨을 앞세운 치킨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으로 스포츠 붐이 일고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간식으로 치킨을 먹는 ‘치킨 인구’도 크게 늘어났다.

 치킨은 이후 삼계탕과 닭백숙, 닭갈비 등 전통적인 강자들을 제치고 국내 닭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1991년 경북 구미에서 시작된 ‘교촌치킨’이 간장치킨을 히트시켰고, 올리브유로 튀긴 치킨을 앞세운 ‘BBQ’(1995년), 파닭을 히트시킨 ‘네네치킨’(1999년), 오븐에 구워 칼로리를 낮췄다는 점을 강조한 ‘굽네치킨’(2005년) 등 다양한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며 한국인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주로 먹던 찜닭이 2000년대 초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불닭이 인기를 끄는 등 신진 세력이 도전했지만 치킨의 아성을 넘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닭요리는 최근 ‘국민 간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류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2014년 방송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눈 오는 날엔 치맥(치킨+맥주)” “우울할 땐 치맥에 의존한다”고 말하며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등장한 뒤부터다. 드라마가 중국, 동남아 등에서 히트하며 치킨은 한국에 왔을 때 꼭 즐겨야 하는 대표 음식이 됐다. 치맥의 명성에 힘입어 대구에서는 2014년부터 매해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프라이드와 양념, 간장치킨 정도였던 치킨은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 2, 3년 사이 각 치킨 프랜차이즈는 과일, 치즈, 마늘 등 각종 시즈닝과 토핑을 더한 신메뉴를 공격적으로 내놨다. 올해는 고추장 양념을 더한 매운맛 치킨이 유행하기도 했다.

 닭의 해인 2017년에도 닭고기 소비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별난 ‘치킨 사랑’에도 한국인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인 1닭’이라는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 ‘가족들이 모여 앉아 먹는 치킨’은 이미 옛말이 된 상황. BHC치킨 기업부설연구소의 박영성 차장은 “내년에는 최근의 ‘혼밥’ ‘혼술’, 그리고 ‘집밥’ 열풍에 맞춰 치킨을 집에서 식사 대신 먹는 1인 가구를 위한 메뉴가 많아질 것 같다. 집으로 배달된 치킨에 소스를 다양하게 조합하거나 몇 가지 재료를 첨가해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치킨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닭#치킨#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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