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태완아, 미안해”…차마 눈감지 못한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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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완아, 미안해
진범 잡히는 날 기다리며
차마 눈감지 못한 사람들

#.
1999년 5월 여섯 살 김태완 군은 대구
골목길에서 괴한의 황산 테러를 당했습니다.
태완이는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
49일을 버티다 하늘나라로 떠났죠.
#.
16년 뒤 태완이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모든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2015년 7월 31일부터 폐지됐죠.

세상은 이를 태완이법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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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완이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없앴지만
정작 태완이 사건은 이 법을 적용받지 못했죠.
시행 1년 전인 2014년 7월 1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거든요.
#.
태완이법이 시행된 지 약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시효 폐지의 역기능이 많을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고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주는데 기여하고 있죠.

#.
경찰은 미제 사건수사팀을 만들고
살인 사건 273건의 재수사에 착수했죠.
전남 나주시 드들강 여고생 살인,
경기 용인시 대학교수 부인 살인 등
3건의 미제 사건이 극적으로 해결됐죠.
#.
하지만 정작 태완이 어머니
박정숙 씨는 숨어 지냈습니다.

"태완이가 큰 일을 했다
싶으면서도 왜 우리
태완이 사건은
해결 안 됐나 싶어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에요."

#.
미제 살인 사건이 속속 해결되면서
태완이 어머니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이 모든 게 태완이가 49일을 버텨준
덕분에 가능한 기적이에요.
살아남은 유족의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다른 유족들 가슴 속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어요"
#.
"김태완 군과 그 유족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아남아
많이 미안했는데 이제야
조금 덜 미안하게 됐네요"

15년 만에 아내를 살해한 진범을 잡은 심모 씨(70)
(2001년 경기 용인 살인 사건 피해자의 남편)
#.
"피해를 당하기 전부터 공소시효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태완이 사건부터 소급
적용해야 한다. 고통 속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살인 사건을 미제로 남기면 안 된다"

심 모씨

#.
"법의 안정성, 형벌 불소급 원칙, 비용 등을
이유로 공소시효 소급 적용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 무참히 희생된 국민을
지키는 것이 법이 할 일 아니냐. 부모에게는
공소시효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태완이 어머니 박정숙 씨

#.
"범인이 잡혀야 유가족이 온전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 유족은 피해자 원한을
풀어주지 못한 죄책감을 가장 힘들어한다.
미제 사건으로 남으면
유족의 고통만 더 커진다"

김홍열 서울동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

#.
"훗날 태완이를 다시 만나는 날
조금이라도 덜 미안한 마음으로 태완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시효 만료에 관계없이
꼭 진범을 찾을 겁니다"

박정숙 씨

#.
태완이 어머니와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들의 한맺힌 외침

이제 사회가 응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2016.11.27 일
원본 | 박훈상·김동혁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조성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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