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장애인 위한 ‘수화 언어 안내문’ 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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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관이 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언어(手語) 안내문을 발간했다. 주인공은 '경찰 수어 길라잡이'를 만든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한정일 경위(42). 17일 펴낸 A2용지 크기의 안내문에는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들을 위해 성추행, 학대, 가정폭력 등을 신고할 때 자주 쓰는 37가지 용어를 표현한 수화 사진 112컷이 담겨 있다.

올해 2월 강동서로 오기 전까지 한 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서 근무했다. 당시 어린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을 자주 접하며 장애인들의 고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 경위는 “장애인분들도 사고를 당한 즉시 우릴 찾아오고 싶을 텐데, 수화 통역사를 대동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곤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경위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수화 통역사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일단 수사용어 자체가 장애인들에게 어려웠다. 예컨대 '횡령'이란 단어는 '남의 물건을 갖고 있다가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라는 식으로 풀어 설명해야 했다. 그는 "손동작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도 수화 전문 통역사에 부탁해 한 컷 한 컷 찍었다"며 "행여 오류가 있을까봐 고치고 또 고치면서 4차 감수까지 했다"고 말했다.

작업은 그렇게 꼬박 두 달 반가량 걸렸다. 그리고 17일, 드디어 첫 인쇄본이 나왔다. 강동서는 수어 안내문을 서울의 다른 경찰서로도 배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앱도 제작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수어 사진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한 경위는 “농아인들 중 일부는 한글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 필담도 쉽지 않다”며 “장애인 피해자들을 접하는 일선 경찰들이 수어 사진을 바로 보여주며 ‘무슨 일 때문이십니까’ 하고 물어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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