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법률 자문 서비스 1위 기업 ‘리걸줌’ 대표이사는 한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2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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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직 리걸줌 대표이사
서현직 리걸줌 대표이사
서현직 리걸줌 대표이사
서현직 리걸줌 대표이사
"미국의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소득 상위 1% 계층이 주 고객이다. 그리고 소득 하위 15% 이하 계층은 정부나 비영리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중간에 있는 84%의 사람들은 법률 서비스를 받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우리가 그걸 개척한 것이다."

미국 온라인 법률 자문 서비스 1위 기업인 '리걸줌(LegalZoom)'의 서현직 대표이사(46)가 13일 방한했다. 온라인 법률 자문 서비스는 최근 한국에서도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리걸테크'의 한 분야다. 리걸테크는 법률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사업 영역으로 크게 법률 검색, 변호사 검색, 전자증거 수집, 법률 자문 및 전략 수립 등으로 나뉜다. 수 있다. 전통적인 사업 영역과 ICT가 결합해 새 사업 영역이 탄생한다는 측면에선 금융과 ICT가 결합한 핀테크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서 대표는 2001년에 설립된 리걸줌에 2005년 합류했다. 리걸줌은 온라인상에서 고객들이 변호사 선임부터 가격 결정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플랫폼이다.

고객이 전화를 걸면 변호사가 전화를 받아 최대 30분 간 법률 상담을 해 주는 '콜센터'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비용은 1년에 100~300달러(11만3000~33만9000원) 수준. 이 비용만 지불하면 리걸줌 변호사들과 제한 없이 통화할 수 있다.

서 대표는 미국 변호사 시장의 틈새를 노려 사업을 키웠다. 미국에선 대형 로펌에 들어가려는 변호사는 많지만 그 문은 턱 없이 좁다.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임료를 불렀다. 덕분에 미 국민의 84%를 고객으로 삼을 수 있었다.

틈새시장을 노려 일상생활의 간단한 법률 자문에 집중된 서비스를 제공하자 사람들은 리걸줌으로 몰려들었다. 10명 남짓으로 시작한 리걸줌은 15년이 지난 올해 110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리걸줌 서비스 가입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법률자문이 필요하지만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스타트업들도 리걸줌의 단골 고객이 됐다. 서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창업을 하는 9개 기업 중 1개가 리걸줌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때 미국에서는 리걸줌 사업에 대한 위법 논란이 있었다. 리걸줌이 고객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할 때 IT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변호사 단체들과 로펌들이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주체의 법 집행(Unauthorized Practice of Law)'이라며 소송을 건 것이다. 20건이 넘는 소송이 있었지만 법원은 '리걸줌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는 사업'이라고 인정해 리걸줌의 손을 들어줬다.

리걸줌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대표는 "얼마 전 인수한 영국 로펌 보먼트 리걸을 발판 삼아 영국 법률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진출할 국가에 대해서는 "서민들이 법률 서비스가 비싸다고 느끼는 국가라면 어디든지 진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아시아에 진출한다면 아마도 한국이 첫 국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변호사 선임이 비싼 편이라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스타트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리걸줌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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