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향희 변호사 주선한 ‘철거왕 사건’ 로펌서 수임료 2억 반환…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2014년 이금열 회장 2심 5년刑 불만… 5억중 3억 요구… 협의끝 2억 받아
일각 “서향희씨 믿고 성공보수 건넨 의혹”
당시 변호인 “돈 빌려 냈다는 이금열 회장 곤란하게 됐다고 말해 돌려준것”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42)가 자신과 가까운 법무법인(로펌) 세한에 수임을 주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철거왕 사건’에서 로펌이 항소심 판결 이후 일부 수임료를 철거왕에게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세한 측이 성공보수를 착수금 형태로 미리 받았다가 재판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이를 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 수임부터 항소심 당시까지(2013년 7월∼2014년 9월) 성공보수가 금지됐던 것은 아니지만 통상 피고인들은 전관예우 등의 ‘보이지 않는 힘’을 원할 때 성공보수가 포함된 고액의 수임료를 변호사에게 지불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회삿돈을 포함해 1000억 원대를 빼돌린 혐의로 2013년 9월 구속 기소된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46·복역 중)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서 변호사를 접촉한 뒤 서 변호사의 소개로 세한에 변호 업무를 맡겼다. 한때 세한에서 일했던 변호사 A 씨는 “수원지검에서 수사한 철거왕 사건은 서 변호사가 소개한 사건으로, 세한이 수사 단계만 맡기로 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아 1, 2심 재판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한에 수임료로 5억 원을 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7년, 2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되는 등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세한에 5억 원 중 3억 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세한은 협의를 통해 3억 원보다 적은 2억 원을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이 회장이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얹어 수임료를 낸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의 영향력을 믿고 고액의 수임료를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서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2년 변호사를 휴업했다. 서 변호사는 휴업한 상태에서 사법연수원 시절 자신의 은사이자 휴업 전 같은 로펌(새빛)에서 근무했던 송영천 변호사(59·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에게 철거왕 사건 수임을 주선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본보 기자와 만나 “성공보수를 돌려준 게 아니고 이 회장 측이 ‘동생에게 빌려 수임료를 줬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곤란하게 됐다’고 말해 수임료를 일부 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서 변호사가 사건을 소개한 것은 맞지만 서 변호사는 휴업 상태여서 변호 업무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단계만 맡기로 했던 사건을 재판 단계까지 책임진 로펌에서 의뢰인 측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만 듣고 수임료로 받은 돈 중 40%를 돌려주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철거왕 사건은 송 변호사 외에도 변호사 3명이 추가로 변호에 나섰던 사건이어서 수임료를 반환하면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성공보수 지급은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을 불러와 법조시장을 흔드는 사안으로, 대법원은 지난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세한이 서 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소개받는 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등 약점을 잡혀 이 회장 측의 수임료 반환 요구에 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금열#서향희#철거왕 사건#수임료#로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