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 물대포에 소화전 물 공급 않겠다는 박원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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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염두 “화재外 사용 안돼”
현행법엔 “직무 현저한 지장 없을땐 경찰등의 장비 지원요청 거부 못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과격·폭력 집회 때 사용되는 경찰 물대포에 용수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5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할 때 서울시에서 물을 공급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앞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화전은 유사시 화재에 대응해야 한다. 데모 진압을 위해 그 물을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며 “향후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때 쓰러진 뒤 지난달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 씨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익과 부합하지 않는 시위 진압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에 맞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물대포용 살수차가 출동할 때 미리 기동부대에서 물을 채운다. 그러나 연속으로 5분가량 살수하면 물이 바닥난다. 이 경우 도로 주변에 있는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공급한다. 이에 대비해 보통 경찰은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관할 소방서에 사전에 문서로 요청하거나 급하면 구두로 사용을 통보한다. 서울 시내 소방서는 시 산하 기관인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이다.

 박 시장의 발언으로 당장 소화전을 통한 물 공급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엄격한 기준’을 내세울 경우 살수차 사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대규모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물대포 외에는 이렇다 할 제지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의 물 공급 제한이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절차법 8조에는 경찰청 등 행정기관이 인원이나 장비가 부족할 경우 다른 행정기관에 ‘행정응원(行政應援)’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행정기관은 고유의 직무 수행에 큰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발언의 진의가 확실치 않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실제로 용수 공급이 어려워지면 대규모 악성 집회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신동진 기자
#시위진압#물대포#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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