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딸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 결국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20시 39분


2년 전 입양한 여섯 살 딸을 17시간 동안 굶기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양부모와 10대 동거인이 구속됐다.

인천남동경찰서는 4일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양아버지 주모 씨(47)와 양어머니 김모 씨(30)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임모 양(19) 등 3명을 구속했다. 서중석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인천지검은 고의성 입증 여부 때문에 살인 혐의 대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주 씨는 4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왜 딸을 학대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딸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부모의 엽기적인 학대는 경찰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머니 김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1시경 "식탐을 고쳐 놓겠다"며 숨진 딸이 음식에 손대지 못하도록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감았다. 3월부터 이 집에 함께 살아 임 양도 몸을 묶는데 가담했다. 주 씨는 집에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잔인한 체벌을 말리지 않았다. 심지어 양어머니 김 씨는 딸을 계속 묶어둔 채 집에서 나와 치과에 갔다가 일자리를 알아본 뒤 집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투명 테이프로 딸의 온몸을 묶어 17시간 방치했다가 29일 숨지자 다음 날 집 근처 경기 포천시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뒤 유기했다. 이어 1일 축제가 열린 인천 소래포구로 이동해 거짓으로 딸이 실종됐다고 신고를 했다. 김 씨는 딸의 친어머니가 2010년 이혼 후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자 2014년 9월 서로 합의한 뒤 법원 허가를 받아 입양했다. 양부모로부터 "딸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아이를 찾습니다'란 글을 올린 친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며 대성통곡했다.

경찰은 추가적인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CC(폐쇄회로)TV를 분석하는 등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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