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촬영… 개인정보 악용 우려”
“신고 포상금 최대 2억” 본격활동에 민원담당 공무원들 몸조심 나서
서울 강북지역의 A세무서는 최근 사무실 앞에 붙어 있던 직위표를 바꿨다. 원래 직위표에는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직원의 얼굴사진과 이름, 전화번호까지 있었지만 새 직위표에는 얼굴사진이 모두 빠졌다. 직원 사진이 사라진 이유는 다름 아닌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때문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란파라치’(김영란법 위반 적발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직위표에 있는 직원 사진을 모조리 촬영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A세무서 관계자는 “얼마 전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직위표를 찍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직위표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두고 근처 식당 등에서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려는 란파라치로 보여 직위표를 바꿨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예상됐던 란파라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B구는 출입기자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 민원인 탓에 곤욕을 치렀다. 이 민원인은 “출입기자도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 등’ 아니냐”며 사진과 이름, 연락처가 담긴 전체 명단을 달라고 구 측에 요구했다. B구 관계자는 “출입기자 명단은 개인정보라 줄 수 없다고 설명한 끝에 겨우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적발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최대 2억 원, 보상금은 최대 3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30일 “직위표 사진까지 찍어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직원들의 청렴 준수가 기본이지만 란파라치가 이런 정보까지 가져가는 건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이 연례적으로 마련하던 각종 기념행사의 정상적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0월은 노인의 날, 재향군인의 날 등 법정기념일이 11개나 몰려 있다.
서울 강북구는 임산부의 날(10일)을 기념해 열리는 ‘태교음악회’ 때 준비했던 경품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강북구 관계자는 “연례행사에서 준비한 식사도 신고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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