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올라가 장난치다가 훼손…‘수리비 폭탄’ 맞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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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원짜리 술 뒤풀이?

8월 11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에 세워둔 닥터헬기를 A 씨 등이 훼손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제공
8월 11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에 세워둔 닥터헬기를 A 씨 등이 훼손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제공
술에 취한 남성 3명이 응급구조헬기 위에 올라가 객기를 부리다가 고가의 부품을 파손한 대가로 수십억 원을 물어줄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취객들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80억 원 상당의 헬기에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한 보안도 문제로 지적된다. 헬기는 격납고도 없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42) 등 3명은 지난달 11일 오후 9시 55분경 충남 천안시 동남구 단국대병원 헬기장에 들어가 보관 중이던 닥터헬기 동체에 올라타고 여기저기 매달려 프로펠러 구동축을 휘어지게 했다. 3년 전 무선조종 비행기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은 이날도 동호회 모임 후 함께 술을 마신 뒤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3명 중 한 명은 현직 의사이고 다른 두 명은 일반 직장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 동남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항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문제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헬기 수리비용. 정밀검사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고가의 부속품까지 파손된 점이 확인됐다. 닥터헬기 운영사인 유아이헬리제트 측은 헬기 수리에 25억 원 이상 들 것이라는 내용의 견적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A 씨 등은 경찰에 “술에 취해 장난쳤다. 응급구조헬기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헬기 수리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아이헬리제트는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닥터헬기를 수리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해자들은 보험사로부터 헬기 수리비용의 상당 부분에 대한 구상권 청구소송을 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헬기 운용사의 과실과 남성들의 불법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종 지급금액을 결정한다. 가해자들이 구상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보험사가 남성들의 부동산이나 급여를 압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1월 운항을 시작한 닥터헬기는 초음파진단기, 자동흉부압박장비, 정맥주입기, 기도흡인기, 혈액화학검사기, 심장효소검사기 등 응급장비 24종을 갖춰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린다.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의 AW-109 ‘그랜드 뉴’ 기종으로 최대 이륙 중량은 3175kg이며 6∼8명을 태우고 시속 310km로 859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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