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딸 안고 법정 선 ‘수의 입은 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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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줄 사람 없어 교도소서 양육… 항소심 “상황 고려” 둘 다 감형

6일 오전 9시 40분 광주지법 301호 법정. 파란색 죄수복을 입은 남녀가 아기를 안은 채 손을 잡고 나왔다. 남녀는 부부였고 아기는 생후 16개월 된 딸이었다.

부인 김모 씨(43)와 남편 박모 씨(34)는 지난해 10월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다 법정 구속됐다. 부부가 법정 구속되기 4개월 전 딸을 낳았지만 키워 줄 사람이 없어 광주교도소에 데리고 왔다. 아기는 생후 18개월이 될 때까지만 교도소에서 양육할 수 있다. 2개월 뒤엔 아기를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야 한다.

인천 등에서 자동차 매매사업을 하던 부부는 경쟁업체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시중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차를 팔다 결국 사기까지 쳤다. 눈덩이처럼 늘어난 적자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소위 돌려 막기로 10여 명에게 10억 원대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1심에서 부인은 징역 8년 6개월, 남편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아 항소했다.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이날 부인에게 징역 6년을, 남편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부가 10여 명에게 큰 피해를 입혀 죄가 위중하다”고 밝히면서도 “부인이 교도소 수감생활을 하면서 딸을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며 감형 이유를 덧붙였다. 이 부부의 형량 감경에는 교도소에서 자라는 딸의 장래에 대한 고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고가 끝나자 부부는 딸을 꼭 껴안은 채 법정을 나갔다. 딸은 엄마와 아빠가 다른 피고인들의 선고가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는 동안 계속 울었다. 모든 판결이 끝난 뒤 딸은 아빠와 헤어져 엄마와 함께 다시 교도소로 향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법정#감형#16개월 딸#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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