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8세 장애아들과 아빠의 ‘마지막 퇴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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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둘수 없어” 車태워 다닌 일용직… 정차된 화물차 받아 父子 모두 숨져

“쾅!” 차는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다.

6일 오전 1시 50분경 부산 사상구 삼락동 삼락대로에서 임모 씨(47)가 몰던 1t 트럭이 4차로에 불법 정차 중이던 25t 화물차의 뒤를 들이받았다. 임 씨와 아들(8)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임 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8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꿈꿨지만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3년 전 아내가 가출했고 지적장애 2급 아들을 혼자 키워야 했다. 아내가 떠난 뒤 아들을 친누나에게 맡기고 일을 다녔다. 올해 3월 아들이 부산 강서구의 한 특수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집으로 데려와 직접 보살폈다. 주 1회 뇌병변 장애 치료센터에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어떡하든 제대로 키우려 했다. 일할 때도 함께 다녔다. 주변 사람들은 경찰에서 “평소 아버지가 아들을 끔찍하게 여겼고 참 열심히 살려고 했다”며 “일이 있을 때 누구한테 맡기는지 통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데리고 다닌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임 씨가 졸음운전을 했거나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벽이었지만 사고 현장 주변에 모텔과 가로등이 있어 도로치고는 밝은 편이었다는 게 이유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급제동하거나 방향을 바꾸려 한 흔적이 없는 만큼 서 있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을 들은 임 씨 누나는 오열했다. 한 유족은 “고인은 힘들었지만 아들과 서로 의지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교통사고#장애#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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