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건…” 4년째 독립유공자 후손 돕는 대학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14시 06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는 겁니다.”

독립 유공자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 대학 교수가 4년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돕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선행의 주인공은 김태현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40). 김 교수는 석사과정을 함께 밟았던 서울대 경영대학원 동창들과 지인들을 설득해 모은 기부금에 자신의 돈을 보태 2013년부터 독립 유공자 후손 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 교수가 돕는 이들은 민족운동 시민단체인 흥사단이 진행하는 독립 유공자 후손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아쉽게 탈락한 고등학생들이다. 흥사단은 매년 가구 소득 등을 기준으로 후손 고교생 수십 명을 선발해 연간 8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후원금이 한정된 탓에 지난해엔 지원자 69명이 탈락하는 등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발생한다. 김 교수와 지인들은 흥사단으로부터 2013년 장학생 선발에서 탈락한 고2 학생 2명을 추천받아 연간 80만 원씩, 이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3명을 새로 추천받아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교수가 독립 유공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2007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이다. 당시 CNN 뉴스 말미에 이라크 등에서 전사한 미군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뉴스 앵커는 전사한 미군의 사진을 보여 주며 그의 활약상 등을 설명한 뒤 “미국의 영웅(American Hero)”이라 말하며 경의를 표했다. 김 교수는 “매일 전사자의 생전 사진을 보여 주고 잊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끝없이 존경을 표하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란 사실을 깨달았다”며 “귀국하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들이 바로 독립 유공자 후손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박사과정을 마친 뒤 2011년 귀국했고, 카이스트 교수에 임용된 지 1년여 만인 2013년 지인들을 설득해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자신과 지인들만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고교생을 대학으로 초청해 진로 상담을 하는 등 멘토 역할도 했다.

지인들과 함께 장학금을 지급해 왔던 그는 올해부터는 자비로만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장학생 선발에서 탈락한 고교생 2, 3명을 추천해 달라고 흥사단에 요청했다. 그는 “나라를 먼저 생각했던 그들의 선택이 결코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가 알게 하고 싶다”며 “앞으로 독립 유공자 후손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다른 이들을 돕는 데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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