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자전거 한바퀴 대회’ 참가해 보니
평탄한 도로에 나들목 접근성 좋아… 구간절반 보행로와 차단 안돼 위험
▲ 15일 ‘한강 자전거 한바퀴 대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광복절인 15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 시민 2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강 자전거 한바퀴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다. 이 대회는 서울시가 한강을 무대로 주최하는 유일한 자전거 대회다. 갈수록 높아지는 자전거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참가 규모는 201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대회는 80km 풀코스(몽땅코스)와 51km 코스(행복코스), 가족코스인 18km 코스 등에서 진행됐다. 기자도 이날 가족코스에 참가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한강 자전거 도로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한강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은 나들목과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총 226개나 된다. 어디서든 편하게 진출입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시민들이 직접 나만의 자전거 코스를 개발하고 이를 공유한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박제경 씨(22)는 “안양천에서 시작해 한강을 돌아 탄천을 따라 내려오는 하트 모양의 ‘하트 코스’를 즐겨 탄다”고 말했다.
급경사가 거의 없고 대부분 평탄하게 이뤄진 것도 한강 자전거 도로의 특징.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이날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 정소남 씨(72)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나 같은 사람도 쉽게 탈 수 있다”며 “최근엔 사위와 같이 타기 시작했는데 강서구 화곡동에서 경기 구리시까지 함께 다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구간에선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할 뻔한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서울 지역 한강 자전거 도로의 총연장은 70km. 이 중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사이에 나무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높이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분리한 구간은 총연장의 46%인 32.2km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54% 구간은 도로에 칠해진 차선으로만 구분돼 있어 자전거가 보행로로 침범하기 일쑤다. 김봉현 씨(29)는 “자전거가 보행로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때면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제한속도인 시속 20km를 지키지 않고 과속하는 자전거족(族)도 많았다. 태국 방콕에서 온 신 와루니 씨(47·여)는 “태국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서울에 오고 나선 주말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며 “하지만 너무 빨리 타는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많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 소리를 크게 키운 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았다. 박병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총무과장은 “한강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을 위해 올해 안에 승강기 등 관련 시설을 늘릴 계획”이라며 “횡단보도 서행과 과속 금지, 안전모 착용 등을 강조하는 ‘자전거 안전문화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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