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서 티켓 샀는데… 비행기는 저가항공 “기가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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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 다른 항공사끼리 공동운항… ‘코드셰어’ 불만 잇달아

주부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 얼마 전 ‘대한항공으로 표를 예매했는데 공동운항이라고 진에어를 태웠다’며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는 너무 흔들려서 일부러 비싼 대한항공을 예약했는데 돈 더 주고 호갱(호구+고객)이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여행사에서 티켓을 받고 나서야 공동운항인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행정보 카페에도 ‘괌 여행을 위해 대한항공을 예약했는데 진에어 항공기를 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일 싼 걸로 예약했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와 조회수 1600회를 넘겼다. ‘항공권을 확인해봐야겠다’ ‘대기업의 꼼수’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 같은 비행기·좌석인데… 60만 원 차이

‘코드셰어’라고도 불리는 공동운항은 1대의 항공기를 두 항공사가 함께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한 항공사로는 좌석을 채울 수 없거나 항공기 여러 대를 운용하는 것이 손해일 경우 이런 방식을 택한다.

문제는 최근 국적 대형항공사(FSC)들이 저렴한 저비용항공사와의 공동운항을 늘리고 있다는 것. 대한항공과 진에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또는 에어서울처럼 한 그룹 계열사인 경우다. 서비스나 요금 수준이 비슷한 항공사끼리 하는 공동운항이 아니라 ‘체급’이 아예 다른 항공사 간의 공동운항이라 일부 승객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22일 인천에서 미국 호놀룰루(하와이)로 갔다가 27일 돌아오는 대한항공 직항은 1일 현재 187만8200원이다. 같은 일정의 진에어는 126만8400원이다. 두 항공편은 실제로 진에어 항공기를 이용하는 ‘같은 노선’이다. 하지만 같은 기내 서비스를 받고도 예매한 항공사에 따라 60만 원의 가격 차가 난다.


○ “마일리지 등 달라” vs “가격 차 납득 안 가”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문제다. 기내 서비스는 실제 항공기를 운항하는 항공사 기준에 따른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이 에어부산 항공기로 공동운항을 하면 서로 요금은 달라도 기내식, 서비스 모두 에어부산의 것이 제공된다.

이 때문에 대형항공사의 안전성, 서비스를 기대하고 더 비싼 항공권을 구입한 고객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자녀와 괌에 다녀온 주부 김모 씨는 “아이와의 첫 해외여행이라 안전하게 다녀오고 싶어 대한항공으로 표를 예매했는데 탑승 직전에야 공동운항하는 진에어 항공기를 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취소 수수료만 30만 원이 넘는다고 해서 그냥 탔지만 불안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내식도 대한항공과 달리 간단한 간식만 제공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온라인 예매 과정에서 ‘공동운항사와 운임차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 탑승[○○○]’식의 고지가 나오지만 글씨가 워낙 작고 다른 고지사항과 함께 적혀 있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또 금액 차가 얼마나 나는지 공동운항사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요금을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공항에서 발권받는 탑승권에도 공동운항사의 항공 코드는 적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탑승 직전에야 대기 중인 항공기를 보고서 알아차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가격이 달라도 한 비행기에 탄 손님들을 차별대우할 수는 없다”며 “예매나 좌석 지정의 편리성, 마일리지 적립 등에 일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한 LCC 관계자는 “원래 공동운항은 비슷한 수준의 항공사끼리 해야 요금도 합리적이고 고객도 서비스를 예측할 수 있다”며 “요금 차이가 큰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간의 공동운항은 고지를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LCC 관계자는 “더 비싼 항공권을 구입한 승객 입장에서는 차액만큼의 서비스를 박탈당하는 셈”이라며 “가격 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코드셰어(Codeshare agreement)

공동운항. 2개의 항공사가 1개의 항공기를 함께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대를 각각 운항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손해거나 해당 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이 부족할 경우 등에 이뤄진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서승희 인턴기자 성균관대 한문학과 4학년
#코드쉐어#저가항공#국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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