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70대 노숙인, 2억5000만 원 든 가방 분실했다가 되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1일 15시 00분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노숙인이 현금 2억5000만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잃어버렸으나 경찰의 도움으로 하루 만에 되찾았다.

31일 전남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 40분경 목포시 모 복지회관 현관에서 2억5000만 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도난당했다고 112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 A 씨(75)는 경찰에서 “돈이 든 가방을 복지회관 현관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모 복지회관 CC(폐쇄회로)TV를 분석한 결과 휴일이어서 복지회관 문이 닫혀있었고 A 씨가 가방을 갖고 있던 모습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A 씨는 신고 당시 거액을 인출한 이유나 은행 위치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치매증상을 보여 신고내용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1억 원짜리 수표 2장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주변 상인들이 A 씨가 5만 원권 현금 1000장 뭉치 5개를 가방에 넣어갔고 다닌 것을 봤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은 형사 46명을 투입해 복지회관 주변을 정밀 수색했다. 경찰은 수색 하루 뒤인 31일 오전 11시 신고 장소에서 3㎞가량 떨어진 목포시 동명동 한 건어물젓갈유통센터 주차장에서 A 씨의 여행용 가방을 찾았다고 밝혔다. 가방에는 현금 2억5000만원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경찰은 A 씨가 해당 주차장에 돈이 든 가방을 깜박 나두고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경찰에서 “고향은 전남의 한 도시인데 젊은 시절 성인용품 노점상을 해 돈을 모았다”고 했다. 그는 거액을 소지하고 있지만 건물옥상에서 잠을 자거나 노인복지시설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거의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거액의 현금을 그대로 지니고 다닐 도난 등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통장을 만들어 이체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목포시에 시설입소 등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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