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오원춘 사건’ 늑장 대응 경찰, 피해자 유족에 국가 배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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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사건’에 늑장 대응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해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오원춘에게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213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국가의 위법행위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유족들에게 지급될 배상액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판단한다.

대법원은 초동 수사 당시 경찰의 과실을 112범죄신고접수 처리표 작성 미진, 녹취파일 청취시스템 오류 등 총 4가지로 본 뒤 “경찰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오원춘은 2012년 4월 경기 수원시에 있는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피해자를 집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유기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이다.

피해자 유족들은 사건 이후 “112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초기 대응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신고한 위치 주변을 제대로 탐문수색 했다면 곧바로 구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책임비율을 약 30%로 보고 9962만여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오원춘의 난폭성과 잔인성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생존 상태에서 그대로 구출될 수 있었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보고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해 배상금을 2130만 원으로 낮췄다.

신나리 기자journari@donga.com·최지선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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