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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년 6월 14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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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3000만 원짜리 제안을 받은 일이 있다. 한 학생의 어머니가 미국에서 미국 대입자격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을 볼 예정이던 아들의 실력이 못 미더웠던지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이용해 내게 시험을 보고 아이에게 답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녀는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이미 그런 일을 한 강사가 있다면서 특정 강사 이름을 언급하고 그를 소개해 줄 수 있냐고 물은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를 몰랐고 그 거래는 성립되지 않았다.
1, 2년 후 그 어머니는 다시 딸의 시험 준비를 맡겼고 기출 문제에 관해 여러 질문을 했다. 당시 시험출제기관인 ETS에서 공개한 모든 문제를 보유하고 있었고 비공개 문제는 없었다. 부끄럽지만, 그 당시엔 ETS 시험이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는 줄 몰랐다. 얼마 후 그 여학생은 많은 기출 문제, 다른 기출 문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강사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2007년 1월, SAT 시험은 여러 부정한 소문과 함께 한국에서 시험을 본 응시자 900여 명의 점수가 일괄 취소됐다.
그 후에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여러 일이 일어났다. 언론을 통해 대리 시험, 문제 유출을 넘어 납치․폭행이 포함된 한편의 액션 스릴러 같은 일이 미국 대입자격시험을 둘러싸고 보도된 것.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전해졌다. 평소 성적과는 달리 만점 대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있었고, 대학, 언론, 시험 기관과 사법기관에 투서와 고소가 끊이지 않았다. 시험 점수에 의혹이 제기되자 결국 시험 결과 취소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시험 횟수가 하향 조정됐다. 한 명문 고등학교는 시험 실행 학교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6일 방송된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변하지 않는 미국 대입시험 비리를 또 한번 폭로했다. 안타깝게도 한동안 문제 유출 및 불법 행위로부터 청정지대라는 평을 받던 ACT(American College Testing)에도 SAT와 유사한 부정행위가 보도됐다.
보도 내용은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소문 중 일부였다. 방송 말미, 기자는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를 관련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는 언급을 잊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지난 4일 과거 부정행위로 기소됐다가 미국 ETS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했던 재판 결과가 선고됐다. 다수의 학원 원장, 강사, 브로커 그리고 학생들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11일 오전 8시에는 ACT 시험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험 당일 아침 7시경 학생 몇에게 온 메시지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한국 시험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시험 취소를 통보하는 e메일에는 “시험 문제가 compromised(사전에 유출)됐다는 판단에 시험 자체를 취소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SAT 유출 문제에 느슨하게 대응하며 부정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많은 이에게 공분을 샀던 SAT와는 달리 ACT는 시험 신뢰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단호하게 대응했다. 풍문처럼 들리던 소문이 실체가 있는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기관도 발맞춰 단호하게 대응하길 기대해본다. 또한, SAT 선고 처벌 대상자에는 학원 관계자와 브로커뿐만 아니라 학생 일부도 포함됐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John Kye강사 현, 메이커즈어학원 ACT Reading &
Science 대표강사
동아닷컴 교육섹션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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