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우리가 지켜” 압해도 주민들, 학교 관사에 CCTV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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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신안군 압해도(읍) 주민들은 다른 섬에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10일 지역 학교 4곳의 관사 주변에 CC(폐쇄회로)TV 8대를 설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주민 500여명은 사죄의 마음과 성범죄 예방의지로 CCTV 설치 성금 200만 원을 모았다. 주민들은 ‘선생님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우리 동네 선생님들은 우리가 지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CCTV를 설치했다. 주민 김모 씨(49)는 “학교가 더 안전해지고 정겨움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피나는 반성과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섬 지역 파출소는 순찰차가 한대밖에 없고 CCTV도 태부족하는 등 치안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지난달 22일 오전 1시 9분 신안의 한 섬 초등학교 관사 주변에는 여교사를 성폭행한 학부모 박모 씨(49) 등 3명의 승용차가 주차됐다. 이들 3명의 승용차는 10분 동안 관사 주변에 세워져 있었다.

같은 시간 해당 섬 파출소에는 ‘관광객 취객 서너 명이 상가 앞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야간근무를 하던 경찰관은 낮 근무를 위해 취침 중이던 다른 경찰관을 깨워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 해당 파출소에도 순찰차가 한대 밖에 없다.

당시 피해 여교사가 112에 신고를 했더라도 신속 출동에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교사는 50여분 후인 22일 오전 2시경 112에 피해 신고를 해 순찰차가 곧바로 출동했다. 이처럼 신안지역 파출소 15곳에는 순찰차가 한대밖에 없다. 경찰관 1명이 근무하는 치안센터 19곳에는 순찰차가 아예 없다. 인력이 부족해 밤에는 파출소에 평균 경찰관 1~2명밖에 없다.

신안군은 전남지역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한 경찰서가 없는 곳이다. 목포경찰서는 파출소 26개와 치안센터 21곳에 경찰관 317명이 근무한다고 밝혔다. 경찰관 317명이 목포와 신안 주민 28만2804명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관 1인당 주민 900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이날 “섬의 취약성을 없애고 인권 침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교육청, 경찰청과 협의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해를 부탁했다. 이 지사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참담한 일이 신안의 섬마을에서 저질러져 견디기 어려울 만큼 죄송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섬 주민들은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피해자와 국민들께 거듭 사과하고 있다”며 “학교와 여교사들은 2,3차 피해를 우려하며 분별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특히 신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이 있지만 경찰서가 없는 만큼 신설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학부모 박모 씨(49·구속) 등 3명을 상대로 범행 공모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목포=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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