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연평어민들, 中어선 직접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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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NLL침범 70척에 격분… “꽃게 씨 말렸다” 분노의 실력행사
무허가 어선 2척 포위해 끌고와
나포지점은 민간 항해 금지 구역… 해군-해경 출동… 초긴장 상황 연출

5일 인천 연평도 북쪽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 우리 어선에 나포된 중국 어선이 연평도 당섬선착장에 정박돼 있다. 이날 우리 
어선들은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550m까지 올라가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제공
5일 인천 연평도 북쪽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 우리 어선에 나포된 중국 어선이 연평도 당섬선착장에 정박돼 있다. 이날 우리 어선들은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550m까지 올라가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제공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양측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민간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중국과의 외교 마찰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나포 과정에서 우리 어선이 허가된 조업구역을 넘어 북방한계선(NLL) 남쪽 550m까지 올라가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 돌발 상황에 NLL 초긴장


5일 국민안전처와 연평도 어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0분경 옹진수협 소속 꽃게잡이 어선 19척이 출항 허가를 받았다. 3분 뒤 어선들은 일제히 당섬선착장을 떠나 연평도 왼편 어장으로 향했다. 약 10분 뒤 어민들은 우리 해역을 침범한 중국 어선 70여 척을 확인했다.

어민들은 바다 위에서 휴대전화와 무전기로 의견을 나눈 뒤 ‘직접 나포’를 결정했다. 이어 중국 어선을 향해 전속력으로 배를 몰았다. 이를 본 중국 어선들은 NLL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미처 달아나지 못한 2척이 우리 어선들에 포위됐다. 중국 어선에는 선원 11명이 타고 있었다. 우리 어선은 NLL 남쪽 약 550m 지점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한 뒤 연평도로 함께 입항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서해 NLL 주변은 비상이 걸렸다. 우리 어선이 허가된 조업구역을 벗어난 건 오전 5시 6분경. 해군 연평도 레이더 기지에서 어선들의 북상을 감지한 것이다. 해군은 단체 월북 가능성이나 북한 경비정과의 충돌을 우려해 고속함 4척과 고속단정 3척을 출동시켰다. 해경도 경비함정 2척과 연평특공대 고속단정 1척을 현장으로 이동시켰다.

중국 어선 나포가 이뤄진 곳은 우리 어선이 조업이나 항해를 할 수 없는 구역이다. 해경 관계자는 “민간 어선이 중국 어선의 모든 불법 행위에 직접 대응하면 해상 질서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해경은 우리 어선이 진입 금지 구역까지 들어간 것은 관련법을 검토해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연평도에서는 2005년 어민들이 중국 어선 4척을 나포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어민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안전처는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 “오죽하면 그랬겠나”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탓에 ‘꽃게 불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여러 차례 해경에 강력한 단속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경 단속이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올 들어 중국 어선들은 갑판 주위에 긴 쇠꼬챙이를 설치하고 마치 군함처럼 조타실을 철판으로 감싸는 등 해경 단속에 대한 대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09년 295만 kg에 달했지만 2010년 242만 kg, 2011년 225만 kg, 2012년 189만 kg, 2013년 97만 kg까지 떨어졌다. 2014년 137만 kg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다시 117만 kg으로 줄었다. 특히 올봄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선원 월급도 밀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평도 어민 A 씨는 “정상적인 꽃게잡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눈앞에 중국 어선들이 나타나자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조업을 포기하고 중국 어선을 잡으러 갔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나포된 중국 어선 1척은 22t급으로 조개잡이 전문이다. 나포 당시에는 이미 조개를 운반선에 옮겨 보내 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나머지 1척(7t급)에는 꽃게 20kg과 소라, 잡어가 실려 있었다. 두 어선 모두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조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 해경은 선장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은 “배를 정박해 두고 잠을 자고 있었다”며 불법 조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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