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조달청… 공공조달 부당행위 실태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블록 色만 바꿔 값 뻥튀기… 22억 부당이득
다른 회사 제품 ‘포장갈이’로 눈속임 납품
가격검증시스템 등 감시체계 강화… 불공정업체 수익 환수-입찰 제한

경기도에서 콘크리트 블록을 생산하는 A사는 공공기관에 부정하게 벽돌을 납품한 사실이 적발돼 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 조달업체인 A사는 민간에 1만3000원에 공급하는 블록을 공공기관에는 색깔만 바꿔 1만8700원, 2만6000원에 납품하다 조달청에 적발됐다. A사가 이런 수법으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얻은 부당이득 규모는 22억 원. 조달청은 A사를 대상으로 이 금액을 환수하는 조치에 나섰다. 6개월간 A사의 공공입찰 참여도 제한했다. 같은 물건을 한 사람에게는 1만 원에, 다른 사람에게는 2만 원에 팔았다면 일종의 사기에 해당하는데 A사가 자승자박한 셈이 됐다.

조달청이 불공정 공공조달 행위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조달청은 공공조달 시장의 탈법적인 조달 행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올 1월 ‘공정조달관리팀’을 신설하고 기획단속을 병행하고 있다. 팀 신설 이후에는 각종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조달청은 올 3월에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인 무균대(생물안전 작업대)를 상표나 포장을 바꿔치기하는 이른바 ‘포장갈이’ 방식으로 타사 제품을 불법 납품한 8개 업체를 적발했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은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해주는 것으로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이를 악용한 것이었다. 조달청은 적발 업체에 대해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일정 기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 들어 조달물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기능도 복잡해지면서 조달청은 계약업체의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같은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조달청은 나라장터종합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와는 우대가격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동일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대신 가격은 낮추자는 취지인데, A사는 스스로 공공기관을 속이다 적발되는 바람에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조달과 관련한 제도 개선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조달청은 납품되는 물품의 생산, 유통, 계약과 관련한 정보를 온라인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공조달 계약이행 확인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조달기업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았으면서도 생산한 것처럼 포장만 바꾸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조달청은 또 전자세금계산서를 활용해 납품가격을 더욱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불공정 조달행위는 조달청 신고센터(www.pps.go.kr)나 1644-0412로 전화해 제보할 수 있다.

정양호 조달청장은 “30만 조달기업과 5만여 수요기관, 110조 원에 이르는 조달시장을 잘 활용해야 창조경제를 이루고 국가가 부강해진다”며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선 제품 품질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먼저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질서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조달청#공공조달#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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