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나홀로 정비’ 참사, 9개월만에 또… 안전 매뉴얼 하나도 안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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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구의역서 20대 숨져… 2인 1조 어기고 작업 통보 안해
역무실도 수리상황 몰라 ‘人災’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정비하던 작업자가 또 열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8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안전문 정비 작업자가 숨진 지 불과 1년도 안 돼 판박이처럼 꼭 닮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서울메트로와 경찰에 따르면 토요일인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안전문을 정비하던 작업자 김모 씨(20)가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용역직원인 김 씨는 사고 발생 약 1시간 전 열차가 승강장에 멈추지 않았는데도 안전문이 열리는 등 오작동한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현장 출동 지시를 받았다. 이어 구의역에 도착해 승강장 안전문을 열어 점검하기 시작한 뒤 불과 4분 만에 사고를 당했다. 구의역 측은 김 씨가 안전문을 수리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 측은 “김 씨가 ‘점검하러 왔다’고 말한 뒤 역무실을 나섰고 작업일지도 쓰지 않아 정확한 작업 상황을 몰랐다”며 “현장 통제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전문 이상이 보고된 뒤 1시간가량 지났고 김 씨가 도착해 안전문 열쇠를 가져갔는데도 역무실 직원 1명과 역 구내에 있던 직원 2명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도 ‘나 홀로’ 작업 중이던 용역직원 한 명이 똑같은 사고를 당해 숨졌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3개월 후 △작업 때 2인 1조를 투입해 1명은 열차 감시 △출동할 때 역무실과 전자운영실로 통보 △역 도착 후 역무실과 전자운영실로 통보 △작업 전후 역무실과 전자운영실에 신고하고 작업표지판 부착 등이 담긴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도 혼자 작업 중 발생했고 작업사실이 통보되지 않았다. 달리는 열차에 ‘작업 중’을 알려줄 표지판도 없었다.

서울메트로는 구의역 사고 직후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가 안전문 유지 보수 △안전문 장애물검지센서 교체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도입됐거나 추진 중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서울 광진경찰서는 사고 당일 근무한 역무원들과 용역업체 직원 등을 29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업무 관계자들을 추가로 소환해 안전 매뉴얼 준수 여부와 관리책임이 있는 서울메트로의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등의 과실이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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