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살균제 ‘세퓨’가 허가받은 내용과 달리 옥시가 써서 문제가 된 원료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퓨는 자신들이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소개하면서 덴마크에서 수입한 친환경 원료를 썼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중국산 원료를 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오전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세퓨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케톡스의 담 가드(Dam Gaard) 전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담 가드 전 대표는 8일 덴마크 현지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측과 만난 자리에서 “세퓨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수출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농업용으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물질안전정보(MSDS)를 첨부해 소량 샘플(40L가량)만 두 차례에 걸쳐 보냈다고도 말했다는 게 시민센터 측의 전언이다.
인터넷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세퓨는 제품 안내서를 통해 ‘유럽에서 온 프리미엄 살균솔류션 세퓨’,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고 유럽 환경국가에서 널리 쓰이는 살균성분 PGH를 기반으로 한 무알콜 무독성 프리미엄 살균솔루션’이라고 광고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30, 40대 주부들 사이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알려졌다.
담 가드 전 대표는 “원료수입업체인 한국의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중국에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수입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생산업체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HMG는 가습기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제품제조에 쓴 물질이다. 또 그는 “SK케미칼이 케톡스에 PHMG분말 샘플을 보내오고 비즈니스를 요청했다”고도 말했다고 시민센터 측이 전했다. SK케미칼이 유럽시장 진출을 시도했다는 의미다.
현재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팩트를 수사중인 검찰은 이들이 2009년 처음 가습기살균제를 만들 때는 정부에 신고한 대로 PGH를 썼으나 이후 PHMG를 섞어서 썼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PHMG와 PGH 모두 폐섬유화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다.
한 대학 화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독 화학물질을 섞을 때 화학물질의 유독성이 더 커질 위험성이 커진다”라며 “유해성이 더 커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 조사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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