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역 마루광장’ 제2의 서울 대학로 되나

  • 동아일보

목재로 광장 단장후 이미지 대변신… 시민평가서 압구정동보다 높게 나와
과거 단순한 택시 승강장에서 탈피, 상설공연 열리는 복합문화공간 변신

경기 부천시는 경인전철 부천역과 송내역 광장 조성, 원미로 보도 정비, 일반주거지 용도(1종→2종) 변경 등 4대 핵심 도시정책사업의 시민 만족도 및 사회·경제 효과 분석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이 최근 2개월간 해당 사업구역 이용객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는 행정기관의 시각을 탈피해 도시정책사업으로 혜택을 본 시민 입장에서 사업 효과를 계량화할 수 있는 ‘조건부 가치측정 설문 기법’을 처음 적용했다. 부천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문화관광 프로그램 및 상권 활성화 계획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경인전철 부천역 마루광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역 광장 전체를 목재로 단장하고 무대와 조명 음향 등 최신 공연시설을 갖췄다. 덕분에 이번 조사에서 부천역 주변 상권에 대한 시민 평가 점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보다 3점가량 높은 66.1점(100점 만점)으로 나왔다. 경관과 보행 교통편의 등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15점이었다. 광장 조성 전보다 무려 1.76점이나 높아졌다.

마루광장은 주변 부동산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천역 인근 한 아파트 한 채(70여 m² 규모)의 실거래가는 몇 달 사이 1000만 원 정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한 마루광장의 경제적 효과는 연간 5209억 원으로 분석됐다.

친환경 원목이 깔린 마루광장은 서울 대학로와 같은 문화지대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 택시 승강장으로 단순한 만남의 장소에 그쳤지만 이제는 상설공연뿐 아니라 젊은 예술인들의 자발적 거리공연이 펼쳐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루 평균 전철 이용객 11만 명과 별도로 광장 이용객만 10만 명이나 돼 부천시내 최다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마루광장에서는 7, 8일 복사골예술제 프린지공연이 열리는 등 5∼10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3∼9시 반 비보이, 버스킹 페스티벌 등의 상설공연이 진행된다. 7∼9월엔 전국 대학가요제, 세계 비보이대회, 전국 버스킹대회가 치러질 예정이다. 채경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부천역과 송내역, 심곡천을 연계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이 도시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준공된 송내역 환승시설의 시민 만족도도 아주 높았다. 송내역에서 시내버스와 전철 환승시간이 평균 11분에서 5분으로 단축되면서 경관, 보행 및 교통편의 만족도는 부천역보다 높은 4.72점이었다. 전철과의 환승거리가 기존 140m에서 20m로 줄어들었다. 송내역 환승시설은 국내 처음으로 전철과 버스, 택시를 한자리에서 갈아탈 수 있는 곳이다. 환승시설 앞 송내역 북광장도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분수대와 야외무대 아트 전시장을 갖춘 무지개광장으로 바뀌었다.

부천시는 1980년대 초반 복개된 부천역 인근 심곡천의 소명여고사거리∼원미보건소 앞 950m 구간에서 도로를 걷어내고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헌섭 부천시 도시주택국장은 “내년 4월경 완공될 심곡천 복개천 복원구간과 부천역 사이를 문화관광명소로 꾸미기 위해 시민 만족도 조사기법을 활용하려 한다.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문화 열기가 넘치는 젊음의 거리로 특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부천역#송내역#생태하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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