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 사는 최모 씨(72·여)는 난청이 심해지자 2월 시내에 있는 보청기 매장에서 보청기를 구매했다. 정부보조금을 뺀 보청기 값 200만 원은 슬하 4남매가 모아 내줬다. 그런데 ‘다 잘 들린다’는 보청기를 끼고 난 뒤 더 알아듣기 힘들어졌다. 말소리 대신 주변 소음이 더 크게 들렸다. 난청 환자마다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들리지 않는 주파수대가 달라 개인별 맞춤이 필요했는데 이런 진단 없이 판 탓이다. 최 씨는 높은 소리가 안 들렸는데 보청기는 낮은 소리에 맞춰졌던 것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엉터리 마케팅이 늘고 있다.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꼼꼼하지 못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효과를 부풀리거나 어려운 용어를 써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속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60대 이상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2326건으로 2010년에 비해 약 43% 증가했다.
현행법상 지자체에 의료기기 판매 신고만 하면 청능사(청각능력을 평가하는 전문가) 같은 전문가 없이도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다. 최 씨가 방문한 매장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매장을 여러 차례 찾아 바꿔 달라고 했지만 ‘곧 좋아진다’라며 교환해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는 생각에 두 달 가까이 생활한 최 씨는 청력이 더 나빠졌다.
통신비가 저렴해 대표적인 ‘효도 상품’으로 꼽히는 알뜰폰 관련 소비자원 상담건수도 2013년 84건에서 2015년 1573건으로 19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우체국 알뜰폰 사용자의 약 40%가 60대 이상 고령이다. 권모 씨(73)는 지난해 7월 당시 요금(2만 원)보다 통신비가 적게 나온다는 휴대전화 대리점 판매원의 말을 믿고 알뜰폰을 샀지만 다음 달 고지서에 찍힌 요금은 3만 원이 넘었다. 월 1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소개한 뒤 실제로는 월 2만9000원짜리 상품에 가입시킨 것이다. 대리점을 찾아 따졌지만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 결국 권 씨가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고서야 대리점 측에서 요금제를 바꿔줬다.
상조서비스 관련 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는 2013년부터 꾸준히 1만 건이 넘는 피해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이성적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꼼수 마케팅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노인 소비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면서 환불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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