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지난해 제출 의견서에 “폐손상은 봄철 황사·꽃가루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4일 15시 25분


영국계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로 발생한 집단 폐 손상에 대해 “봄철 황사나 꽃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해 말 검찰에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집단 발병이 관련 있다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며 봄철 황사나 가습기 자체의 세균 등으로 인해 발병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가 지난해 말 검찰에 제출한 77페이지 분량의 의견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옥시는 의견서에서 폐 손상이 특정 화학물질에 의해 특이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이라고 주장했다. 폐 손상 유발 가능 위험인자로 봄철 황사나 꽃가루, 담배, 가습기 자체의 세균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특이성 인자는 유전 같은 선천적 요인과 음주, 흡연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옥시는 제3의 위험인자를 배제하고 이뤄진 질병관리본부 실험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의견서를 국내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검찰 뿐 아니라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재판부에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내 독성학·의학·약학 권위자 20명으로 구성된 검찰 전문가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밝힌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의 학술적 근거가 명확하다고 결론내린 만큼 옥시의 보고서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서울대와 호서대에 의뢰했던 실험 결과 중 유리한 대목만 뽑아 의견서에 담은 이유도 살펴보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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