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시비, 뿌리치자 넘어지면서 머리 부딪쳐 숨져”…법원 판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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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7일 오후 6시 광주 동구의 한 슈퍼마켓 앞. A 씨(당시 76세)의 애완견을 보고 술 취한 B 씨(당시 57세)가 손짓했으나 오지 않자 발로 차려했다. A 씨가 ‘왜 내개를 발로 차려하느냐’고 따졌으나 B 씨는 욕을 했다. A 씨는 B 씨를 피해 50m정도를 이동했으나 그는 계속 따라와 시비를 걸었다. 상황을 목격한 시민 2명이 시비를 제지했다. A 씨는 B 씨와 몸싸움을 하다 양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그 순간 B 씨는 도로바닥에 놓인 타이어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다. B 씨는 119에 의해 후송됐으나 두 달 반 뒤 뇌출혈에 의한 폐렴으로 숨졌다.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 A 씨는 30년 전부터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데다 사건이후 심근경색 치료를 받은 반면 B 씨는 몸이 아프거나 특이체질은 아니었다. 검찰은 A 씨를 폭행치사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시비를 제지하던 시민 C 씨는 법정에서 “A 씨가 팔을 잡고 귀찮게 하던 B 씨를 뿌리치기 위해 살짝 밀자 힘없이 넘어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당시 싸움을 말리느라 바닥에 타이어를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지법 형사합의 12부(부장 이상훈)는 A 씨의 폭행혐의는 유죄, 치사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폭행치사의 경우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물론 사망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 즉 과실이 있어야 한다”며 “A 씨가 타이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B 씨가 타이어를 밟거나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사망할 것을 예상하지 못해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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