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관광 보석’ 방치하는 울산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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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차를 몰고 올라갈 수 없습니다.”

5일 오후 4시 50분경 울산 동구청 옆 울산대교 전망대 입구. 경비원들이 도로 입구를 막고 차량을 통제했다. 임산부와 노약자 장애인 탑승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걸어서 전망대로 갔다. 급경사 길을 5분쯤 올라가니 넓은 주차장이 나왔다. 울산시와 동구가 총 10억 원을 들여 7520m²에 113대를 주차할 수 있게 만든 주차장이다. 11일 개방할 예정이다. 이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900여 m. 오르막 산길을 20여 분 걸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와 좀 더 가까운 곳에 주차장을 설치했다면 접근성이 뛰어나 관광객 유치에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동구 관계자는 “현재의 주차장은 등산객의 안전을 고려한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N타워도 주차장과의 거리가 이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걸으면서 서울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N타워와 산길만 이어지는 울산대교 전망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총연장 8380m의 울산대교 개통에 맞춰 지난해 7월 울산 동구 염포산 정상에 지상 4층, 높이 63.2m로 완공됐다.

구두에 양복 입은 기자가 산길을 걸어 땀 흘리며 도착했지만 전망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오후 5시 15분경 도착해 개방 시간(오후 5시까지)을 넘겼기 때문이다.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내부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개방된 전망대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비 중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25대를 댈 수 있는 전망대 사무실 입구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편의주의식 행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도로에 안내판도 없어 전망대를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울산시민인 기자도 전망대 입구를 찾지 못할 정도인데 외지 관광객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라 했다. 땀 흘리며 산 정상에 오르려 하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다.

53억 원을 들여 만든 울산대교 전망대는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높은 곳에서 울산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울산석유화학공단, 영남알프스, 태화강 등 울산의 상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본 울산의 모습이 ‘울산 12경’에 뽑혔을 정도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전망대를 둘러보면서 ‘보석’이 될 관광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대교 전망대#울산대교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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