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대표하는 야생 노루의 운명은…

  • 동아일보

“개체수 아직 많아 농가에 피해”… 6월 만료 포획허가 연장 가능성
공유지 활용해 농작물 접근 차단 등… 다양한 공존대책 마련 시급

제주시 애월읍 지역 목장에 나타난 야생 노루들. 농작물 피해가 여전하다는 농민 등의 주장에 따라 포획 허가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애월읍 지역 목장에 나타난 야생 노루들. 농작물 피해가 여전하다는 농민 등의 주장에 따라 포획 허가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제주시 애월읍 지역 3개 오름(작은 화산체)에 둘러싸인 한 목장. 28일 오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노루 6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포착됐다. 뿔이 우뚝 솟은 수컷은 짝짓기를 앞둔 듯 암컷 등과 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이들 노루에 대한 포획 허가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조례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 풍전등화의 운명을 맞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 개정으로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후 2013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해발 400m 이하 피해 농경지 반경 1km 이내에 서식하는 노루를 대상으로 포획을 허가했다. 노루 포획 허가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조례를 다시 개정해야 한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있지만 농작물 피해가 여전하다는 농민들의 주장, 제주 지역 서식 노루가 적정 수준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 등에 따라 포획 허가 연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최근 조사에서 제주 지역 노루의 적정 개체수를 6110마리로 발표했다. 노루 관리 기준을 만들기 위해 산림 유형별 41개 조사구에서 노루 먹이식물의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로 적정 개체 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서식하는 노루는 7600여 마리로 적정 개체보다 1500마리가량 많다고 추정했다. 출산, 사망 등을 고려한 연간 자연증가는 1500여 마리에 이른다. 산술적으로는 올해 3000여 마리를 포획해야 적정 개체수를 유지한다.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적정 개체를 산정하면서 노루의 천적이 없다는 이유로 제주 지역 수용 능력의 최소치를 적용했지만 밀렵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치 적용은 문제가 있다”며 “농가에는 제대로 피해 보상을 해 주면서 노루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훈 애월읍 이장단 협의회장은 “실제로 포획이 이뤄지는지 모를 정도로 피해가 여전하다고 농민들은 느끼고 있다”며 “피해 보상은 쥐꼬리에 불과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루의 처지도 딱하다. 해발 600m 이상 한라산국립공원 등 고지대는 대부분 줄기뿌리로 서식지를 확장하는 제주조릿대가 점령했다. 다른 식물이 자리 잡을 공간이 적기 때문에 노루의 먹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눈이 덮이는 겨울철이면 먹이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위험을 무릅쓰고 콩, 당근, 더덕, 무 등 농작물에 접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루 포획이 허가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모두 4597마리가 잡혀 대부분 식용으로 이용됐다. 밀렵 등을 감안하면 1만 마리가량이 사라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제주 지역을 대표하는 동물인 노루는 밀렵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1980년대 대대적인 보호 활동 등으로 기사회생했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노루 포획 수를 제한하거나 산간 유휴 목장, 공유지 등을 활용해 노루가 좋아하는 먹이 식물을 대량으로 재배해 유인하면 농작물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노루와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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