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를 둘러싸고 대학이 제각각 다른 입시안을 내놓고 있다. 등급 간 점수 차나 점수 산정 방법이 대학마다 달라 수험생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여대는 2018학년도 입학전형안을 28일 확정했다. 수능 영어는 1등급 250점(만점), 2등급 240점, 3등급 230점 식의 변환점수를 주기로 했다. 등급 간 점수 차는 10점이고, 최고 1등급과 최하 9등급 간 점수 차는 80점이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편의상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등급 간 점수 차는 4점인 셈”이라며 “최소한의 변별력도 확보하고 ‘영어 사교육 억제’라는 절대평가의 취지도 반영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근 2018학년도 입시안을 확정한 연세대는 이화여대보다 등급 간 점수 차가 크다. 1등급의 변환점수는 100점이고 2등급은 95점이다. 3등급(87.5점)부터는 80점대로 확 떨어진다. 최하 9등급은 변환점수가 5점에 불과해 1등급과 무려 95점 차가 난다.
1, 2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최상위권 입시에서 4, 5점의 점수 차는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크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입시안을 분석한 입시업체에서는 “영어 1등급을 받지 못하면 두 대학은 사실상 합격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연세대와 이화여대 같은 등급 간 점수 차가 큰 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완벽한 1등급’을 받기 위해 영어학원이나 과외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서울대는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 등급 간 점수차를 0.5점으로 극히 적게 부여한 것. 1등급은 감점이 없고, 2등급은 0.5점 감점, 3등급은 1점 감점하는 식이다. 1등급과 9등급의 점수 차가 4점에 불과하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매년 수능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고점은 대략 400점 부근에서 형성된다”고 말했다. 약 400점에서 영어 등급이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0.5점씩 감점되는 것. 영어 비중을 대폭 줄이고 국어, 수학, 탐구영역 실력으로 학생을 뽑겠다는 계산이다. ‘영어 무력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영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취지에는 가장 들어맞는다.
31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입시안을 제출해야 하는 다른 대학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서강대는 총점에서 등급당 1점씩 감점하기로 했다. 중앙대는 1등급 만점을 20점으로 하고 2등급은 19.5점, 4등급은 17.0점으로 정했다. 고려대는 등급 간 점수 차를 3점으로 하는 방안을, 한양대는 1등급 100점, 2등급 98점, 3등급 94점, 4등급 88점 식으로 매기는 안을 고려 중이다. 성균관대를 비롯한 그 외 대부분의 대학은 다른 대학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다수 대학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라며 “등급 간에 3, 4점 정도 차이를 부여하는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영어 절대평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과목에만 적용되는 새로운 점수 체계. 지금까지는 상위 4%의 수험생은 1등급, 그 아래 7%는 2등급 식의 상대평가였지만 2018학년도부터는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 식의 절대평가로 바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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