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받은 의혹’ 수사 받던 경찰 간부, 파출소 근무 중 권총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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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대상 업소에서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던 경찰 간부가 파출소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위 혐의로 전날 조사를 받아 총기를 소지할 수 없는 이 경찰 간부의 총기를 경찰이 제때 수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관할 경찰서의 총기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2일 동대문구 망우로 휘경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이모 경위(47)가 머리에 실탄 한 발을 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주간 근무 중이던 이 경위는 오전 11시경 같이 근무하던 동료 경찰관에게 화장실을 간다고 한 후 2층 숙직실로 올라갔다. 이 경위는 베개를 베고 누운 상태에서 근무용으로 지급된 38구경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쐈다. 낮 12시 반경 이 경위가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동료 경찰관이 2층에 올라갔다가 숨진 이 경위를 발견했다. 당시 이 경위는 오른손에 권총을 쥔 채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파출소에 있던 동료 경찰관들은 총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이 발사된 장소가 2층 구석이었고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고 쏠 경우 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던 이 경위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위는 올해 1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맡다 지난달 1일 동대문경찰서로 옮겼다. 그는 서울경찰청 근무 당시 업소에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청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자살 전날인 21일 본청 내부비리전담수사대는 처음으로 이 경위를 불러 오후 1시부터 3시 40분까지 비위 혐의를 수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경위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청 관계자는 “이 경위가 풍속업소와의 유착관계로 인해 내부적으로 징계를 받고 동대문서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동대문경찰서는 유족과 지인을 상대로 정확한 자살 동기 및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관할 경찰서의 총기관리가 부실해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청은 21일 이 경위를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동대문경찰서에 보냈다. 하지만 동대문경찰서는 22일 오전 공문을 확인했지만 즉시 이 경위의 총기를 수거하지 않았다. 경찰 장비관리 규칙에 따르면 형사사건의 조사를 받는 경찰은 총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 경위의 총기를 수거했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찰도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 소지 관련 규정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기 소지 부적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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