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호남을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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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철 국수부터 이세돌 9단까지… 國手 5명 모두 호남서 배출 화제
지자체, 기념관건립-바둑대회 개최… 바둑 통한 지역 관광 활성화 유도

한국 바둑계에서는 통상 기사 5명 정도를 국수(國手)로 분류한다. 이들 5명의 공통점은 올해로 60회를 맞는 동아일보 바둑대회 국수전 우승자이며 대한민국 바둑의 일가를 이룬 것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들 중 한 명인 전북 부안 출신 조남철 국수(1923∼2006)는 1945년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해 한국 현대 바둑의 초석을 닦았다. 조남철 국수의 흐름은 전남 강진 출신 김인 국수(73), 전남 목포 출신 조훈현 국수(63), 전북 전주 출신 이창호 국수(41), 전남 신안 출신 이세돌 국수(33)로 이어진다. 한국기원에는 현재 프로바둑 기사 320명이 등록돼 있다.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바둑계에서는 예향인 호남을 한국 현대 바둑의 뿌리로 여긴다”고 말했다.

국수를 배출한 호남 지역 지자체들은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바둑 진흥 사업은 물론이고 바둑을 통한 지역 홍보 및 관광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더 쏟고 있다.

부안군은 조남철 국수의 고향인 줄포면 우포리에 바둑 테마 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2006년부터 사업을 추진한 부안군은 바둑 대국장, 대규모 야외 바둑 체험 공원 등을 조성했다. 하지만 조남철 기념관은 각종 유물 확보 문제로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 부안군은 올해 제15회 조남철 국수배 전국학생바둑선수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현대 바둑의 기초를 다진 조남철 국수의 생가가 있는 줄포면을 바둑의 메카로 만들고 지역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 국수의 고향 강진군은 2007년부터 김인 국수배 시니어국제바둑대회를 개최해 올해로 10회째를 이어 오는 등 바둑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암군은 내년 6월까지 월출산 기찬랜드 내 건강센터(800m²)를 리모델링한 뒤 조훈현 기념관으로 개관하기로 했다. 조훈현 국수의 부모는 기찬랜드가 있는 영암군 영암읍 해문리에서 태어났다. 조 국수는 지난달 영암군과 기념관 건립 협약을 맺고 소장품 무상 기증, 각종 바둑대회 유치 협조, 바둑 저변 확대를 위한 어린이 바둑교실 운영을 약속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월출산 아래에 있는 5만6000m² 규모의 자연형 유원지인 기찬랜드 내에 조훈현 기념관을 운영해 콘텐츠 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전주시와 이창호 사랑회는 올해 18회 이창호배 전국 아마 바둑 선수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창호 사랑회는 2006년부터 전주 한옥마을에 이창호 국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창호 사랑회의 한 관계자는 “조용한 성격인 이 국수가 기념관 건립을 고사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2008년 이세돌 국수가 태어난 비금면 지당리에 있던 폐교에 이세돌 바둑기념관을 건립했다. 이 기념관은 1094m² 크기로 교실 10칸에 이세돌 국수가 유년 시절에 사용하던 바둑판, 국내외 기전에서 승리할 당시 사용한 바둑판 등 50여 점의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또 이 국수가 가족과 찍은 어린 시절 사진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바둑을 둬 볼 수 있는 바둑 체험관, 이세돌 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 등이 있다. 신안군은 또 올해 4회째를 맞는 전국학생바둑대회도 개최키로 하는 등 바둑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신안군의 한 관계자는 “한 해 관광객 2000여 명이 이세돌 바둑기념관을 찾고 있다”며 “이세돌 국수가 지역 특산품인 천일염 홍보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 김광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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