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반값… 어르신들의 ‘효사랑 식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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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자발적 참여… 20∼50% 할인
서울 강남 성동 종로에 모두 300곳… “맛좋고 저렴” 모임 장소로도 인기

3일 서울 성동구 ‘청국장앤스토리’에서 어르신들이 청국장을 먹고 있다. 최재용 씨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음식값을 할인해 주는 ‘효사랑 식당’이다. 작은 사진은 효사랑 식당 인증 간판.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3일 서울 성동구 ‘청국장앤스토리’에서 어르신들이 청국장을 먹고 있다. 최재용 씨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음식값을 할인해 주는 ‘효사랑 식당’이다. 작은 사진은 효사랑 식당 인증 간판.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어르신들, 부족한 반찬 있으면 말씀하세요. 더 가져다 드릴게요.”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동구의 청국장 전문점 ‘청국장앤스토리’. 오전부터 식당 안에는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가득했다. 한쪽 테이블에선 어르신 세 분이 흐뭇한 표정으로 청국장을 뜨고 있었다. 늦은 아침식사였다. “아주 맛있네. 입에 맞아.” 우용여 할머니(85)가 국자 가득 청국장을 뜨면서 말했다. “어르신들은 언제 오셔도 5000원이면 드실 수 있어요. 아무 때나 마음 놓고 오세요.” 김치를 내오던 식당 주인 최재용 씨(61)의 말에 어르신들의 표정이 더욱 환해졌다.

이 식당은 성동구가 선정해 운영 중인 ‘효사랑 식당’이다. 효사랑 식당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70세 이상 어르신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은 ‘명소’다. 음식값의 20∼50%를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70세 이상 축구팀 ‘상비군’의 뒤풀이를 이 식당에서 하는 이상근 씨(70)는 “모일 때마다 식사 회비로 1만 원을 걷는데 여기서 밥을 먹으면 반값에 가능하다”며 “가끔 막걸리 서비스까지 나오기 때문에 회원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효사랑 식당이 처음 생긴 건 2014년. 강남구가 지역 어르신을 위해 효사랑 식당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종로구와 성동구에 잇달아 효사랑 식당이 문을 열었다. 강남구에는 삼성동 49곳, 역삼동 39곳 등 총 200곳의 효사랑 식당이 운영 중이다. 성동구에는 지난해 9월 70곳이 효사랑 식당으로 지정됐다. 종로구는 지난해 8월 27개 식당을 시작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효사랑 식당은 식당 주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된다. 각 구에서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을 통해 민원과 행정처분이 없는 식당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정한다. 할인율은 식당마다 다르지만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음식값을 할인한다. 부부가 함께 식당을 찾을 경우 두 사람 중 한 명만 70세 이상이어도 모두 할인된 가격으로 식사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효사랑 식당을 이용한 70세 이상 어르신은 월 55명에 이른다. 일부 식당은 주말에만 40∼50명의 어르신이 몰린다.

각 구는 효사랑 식당에 ‘효사랑 맛집’ 현판과 조리복 등을 제공하고 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홍보를 돕는다. 강남구 관계자는 “효사랑 식당의 주인들이 원하면 음식의 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른 유명 음식점을 벤치마킹할 기회도 제공한다”며 “올해도 40곳을 추가로 지정해 어르신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효사랑 식당의 위치와 메뉴 등 자세한 정보는 각 구청 담당부서(강남구 02-3423-7064, 종로구 02-2148-2524, 성동구 02-2286-7152)에 문의하면 된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효사랑식당#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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