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 중고교 “교장 시의회 출석요구는 교권침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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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곳 중 297곳 성명서 발표 참여… 친일인명사전 구입강요 강력반발
“징계방침 철회 안하면 연대투쟁”

서울 297개 사립 중고교 교장이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한 학교장에게 출석을 요구한 서울시의회의 조치를 교권 침해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시사립중고등학교장회(회장 조형래 배명고 교장)는 4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교육청과 시의회는 학교를 더이상 이념 논란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친일인명사전 구입과 이용에 관한 결정을 전적으로 학교 자율 재량에 맡겨야 한다”며 “구입 거부 학교장을 시의회에 출석시키고 징계까지 요구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에 찬성한 학교 297곳은 서울 전체 사립 중고교(312곳)의 95%다. 4일까지 시교육청에 친일인명사전 구입 거부 의사를 밝힌 학교는 4곳으로 모두 사립학교다. 이를 감안하면 친일인명사전을 이미 산 학교들도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구입 강제 방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당수 학교장은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지시와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일인명사전을 샀어도 도서관에 비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교장회는 “친일인명사전이 정치적 편향성을 담고 있는 저작물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면서도 “다만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저작물을 구입해 학교에 비치하는 문제는 학교장을 비롯한 구성원의 의사와 제도적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도서관진흥법과 초중등교육법에서 정한 대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입 거부) 의사결정을 따르려는 학교장을 시의회에 불러 핍박하고 징계하겠다는 건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7일 출석을 요구받은 학교장들은 모두 시의회에 나가지 않을 방침이다. 시교육청이 4일 동성고 서울디지텍고 영훈고 중동고에 확인한 결과 학교장들은 “학교 자율권 수호 차원에서 시의회 교육위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3일까지는 구입 거부 방침을 밝힌 학교가 6곳이었지만 4일 오전 2곳이 입장을 번복했다.

교장회는 학교장들의 출석 거부 이후 시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시민단체와 연대 투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거부하는 학교에 굳이 구매를 강요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각 학교에 구입 예산을 지원했던 시교육청은 구매 거부 학교에 보낸 예산 30만 원을 환수할 방침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친일인명사전#교권침해#구입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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