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22개 자사고 “친일인명사전 구입 보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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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協 “市교육청, 자율권 침해”

서울지역 22개 자율형사립고 교장들이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반발하며 구입을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들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책 구입을 교육청이 강제하는 건 학교장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유보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자사고 교장 대부분은 시교육청이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고 지역교육지원청에 정산서를 제출하라고 한 24일까지 아무 내용도 보고하지 않았다. 교장들은 “학부모와 동문들이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할 것이냐’며 우려 섞인 전화를 많이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오세목 회장(중동고 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교육청이 정산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사유서를 내라는 등 후속 조치를 시작하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예산 반납 절차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외에도 교육청 방침을 거부하기 힘든 공립학교를 제외하고 사립학교 중심으로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지 않거나 구입하더라도 도서관에 비치하지 않겠다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A고 교장은 “교장인 나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맞는 내용인지 판단이 안 서는 책을 섣불리 도서관에 비치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고 한 583개교 중 구입 거부 의사를 표시한 학교는 서울디지텍고를 포함해 10곳(중학교 6곳, 고교 4곳)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나머지 학교가 모두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현황을 수합 중”이라며 “구입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학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렇지 않다면 행정명령 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자사고#친일인명사전#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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