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대표 뽑아주고 수억 상납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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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전무-이사 드러나는 ‘검은 공생’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수영 국가대표팀 선수로 뽑아주겠다는 청탁과 함께 사설 수영팀 관계자로부터 수억 원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대한수영연맹 전무 정모 씨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씨가 서울의 A수영팀 감독인 수영연맹 이사 박모 씨로부터 일정액을 상납받고 이 팀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이나 상비군으로 대거 선발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씨와 박 씨가 금전 거래한 통장명세를 확보하고 박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구체적인 ‘공생방식’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비리 연루 여부를 집중 확인하는 등 체육계 고위층을 겨냥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수영계 실세로 꼽히는 정 씨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정 씨가 박 씨와 수억 원의 빚 문제로 틀어지면서 박 씨 팀에 속한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무더기로 옮기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맹 임원 간의 고질적인 상납 비리와 금전 문제를 두고 벌이는 알력 속에서 수영 꿈나무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수영 감독들에 따르면 박 씨가 운영하는 A팀에서 지난해 말부터 국가대표급 선수 15명가량이 무더기로 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흩어져 훈련하고 있다. A팀은 대표팀이나 상비군으로 뽑히기 위한 필수 코스로 통해 왔는데, 돌연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정 씨와 박 씨의 갈등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말 정 씨가 박 씨에게 빌린 수억 원을 갚는 문제를 두고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정 씨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A팀에서 빼내 측근들이 운영하는 다른 팀들로 이적시켰다는 것이다.

A팀 소속 선수 3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에 있는 신생 B수영팀으로 이적했다. 이 지역 수영장은 지난해까지 타 지역 선수들에게는 개방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매일 오전 지역 연고가 없는 B팀 선수들에게 비용을 받고 개방하고 있다. 한 전직 대표팀 감독은 “A수영팀에서 더 이상 돈을 안 주니까 정 씨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빼서 다른 팀으로 몰아주고 특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수영계 일각에서는 A팀 선수들이 다른 팀보다 매달 20만 원가량 훈련비를 더 내야 하고, 실업팀 계약 주선 대가로 월급의 10% 정도를 팀에 상납하는 관행에 염증을 느껴 스스로 팀을 나왔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기자
#수영대표#대한수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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