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축사는 이제 그만” 이색 졸업식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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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서 담임과 1박 2일 졸업식… 레드카펫 밟으며 식장에 입장…
톡톡 튀는 ‘감동 이벤트’ 대세로

전북 정읍 소성초등학교 졸업식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축제다. 학부모들은 음식을 준비해 와 교사들과 함께 나눠 먹고 학생들은 교사들과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사진은 지난해 졸업식 행사장면. 소성초등학교 제공
전북 정읍 소성초등학교 졸업식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축제다. 학부모들은 음식을 준비해 와 교사들과 함께 나눠 먹고 학생들은 교사들과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사진은 지난해 졸업식 행사장면. 소성초등학교 제공
학교 졸업식이 바뀌고 있다. 재학생 송사와 졸업생 답사, 교장선생님과 각급 기관장의 당부 말씀과 격려사가 지루하게 이어지던 과거의 졸업식 풍경은 더이상 찾기 어렵다. 학교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졸업생이 주인공이 되는 ‘감동과 추억의 이벤트’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북 정읍 소성초등학교 졸업식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간단한 졸업식이 끝난 뒤 6명의 졸업생은 교실에 설치된 텐트에서 담임선생님과 학교에서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다. 4일 오후 4시에 시작된 1부 행사에서는 졸업장 전달과 학부모의 편지 낭독, 재학생들의 축하영상 상영 후 졸업생들이 미래의 꿈을 타임캡슐에 담아 교정에 묻었다.

졸업식 하이라이트는 2부 행사였다. 이날 저녁 학생들은 정들었던 담임선생님과 교실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새우며 그동안의 추억을 되새겼다. 서로 고마웠던 일, 즐거웠던 일, 서운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선생님의 조언도 들었다. 학교 운동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래를 부르고, 맛있는 고기도 구워 먹었다.

이 학교 이복환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한 시간 넘게 진행되는 졸업식을 지루해하고 감동이 없어 지난해부터 이렇게 바꿨다”고 말했다.

전주신동초등학교는 졸업생 200명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졸업식장에 입장한다. 영화제에 초대된 스타처럼 졸업생이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졸업생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자유롭게 입장하면서 식이 시작된다. 틀에 박힌 딱딱한 졸업식 대신 졸업생이 부모님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모든 참석자가 함께 손을 잡고 석별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강권현 교장은 장시간의 ‘훈시’ 대신 대금을 직접 불어 분위기를 띄운다. 마지막으로 교사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들이 모두 손을 잡고 그룹 015B의 ‘이젠 안녕’을 부르면 식이 끝난다.

군산 회현중학교는 졸업식을 ‘방송영상제’로 치른다. 졸업생들이 8명씩 모둠을 이뤄 준비한 ‘학교를 떠나며’란 주제의 작품을 상영하는 자리다. 작품에는 학생들이 가슴에 묻어둔 갖가지 사연과 추억이 담겨 있다.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졸업생들에게 교사들이 졸업장을 전달하고 포옹을 해준다. 후배의 편지와 교사의 편지, 졸업생의 편지를 차례로 낭독하고 모두 손을 잡고 ‘여유 있게 걷게 친구’를 합창하며 졸업식이 막을 내린다.

전주 곤지중학교는 졸업식 대신 재학생은 뮤지컬 공연을, 졸업생은 독도 플래시몹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각 학교가 색다르게 시도하는 졸업식의 핵심은 행사의 주인공이 졸업생이라는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지루하고 딱딱하기만 했던 졸업식이 감동과 추억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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