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강사인 A 씨(23·여)는 2014년 4월 밤늦게 귀가하다가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온 남성에게 ‘몰카’를 찍혔다. 같은 해 9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 씨(29)의 휴대전화 카메라에선 A 씨의 사진을 비롯해 몰카 사진 49건이 나왔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스키니 진이나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 부분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1, 2심 법원은 A 씨 사진을 제외한 48건에 대해 “노출이 거의 없고 근접촬영으로 특정한 부위를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A 씨의 사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노출 부분이 없더라도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 촬영한 의도 등을 고려하면 수치심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심과 같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윤곽선이 드러나지 않았고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을 뿐 특별한 각도나 방법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간 법원은 몰카범과 관련해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는 주관적인 사정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있다. 대신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장소 각도 거리, 특정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 유무죄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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