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이서적벽 기운 받으려 아찔한 산행했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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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5시 10분 전남 화순군 동북면. A 씨(63) 등 60대 남녀 4명이 “옹성산(572m)에서 조난을 당했다”고 119에 신고했다. 산세가 험한 옹성산 중턱에는 조선 10경(景) 중 1경으로 높이 100m 붉은 절벽인 이서적벽이 있다. 이서적벽 등은 삼국지에서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과 이름이 같다.

이서적벽은 1985년 광주 시민들의 상수원인 동북댐이 완공되면서 일부가 물에 잠겼다. 동북댐 완공된 뒤 이서적벽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2014년 개방됐다.

신고를 받은 화순소방서는 소방관 5명과 31사단 군인 24명을 급파했다. 119구조대원들은 A 씨 등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구조하려했지만 폭설이 내린데다 어두워져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난상황이 심각해지자 19일 오후 8시부터 화순경찰서 경찰관 12명도 수색작업에 참여했다.

경찰은 A 씨 등이 “현재 있는 자리에서 댐 물이 보인다”고 말하자 동복댐 주변 산기슭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순찰선 동북501호(6.6t)까지 긴급 출동시켰다. 순찰선에 탄 구조대원들은 20일 오전 2시 옹성산 산자락에서 A 씨 등이 태우던 모닥불 불빛을 발견했다. 이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A 씨 등의 위치를 파악해 20일 오전 4시 구조했다. 엄동설한 속 구조작전이 9시간 만에 무사히 끝이 났다.

구조된 A 씨 등은 옹성산을 등반한 이유를 묻는 경찰에 “경기도에 사는데 기도를 하기 위해 올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기도가 굿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A 씨 등은 옹성산 절터에서 기도를 하고 인근 토굴에서 하룻밤을 세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옹성산 주변은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출입이 가능하지만 굿 등 각종 오염행위는 할 수 없다. 더욱이 A 씨 등의 위험한 산행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화순군 동북면 한 관계자는 “이서적벽의 센 기를 받기 위해 옹성산에서 몰래 굿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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