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상급심, 1심 쉽게 변경해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김수남 검찰총장 “특별수사 강화… 지도층 비리 척결”
시무식서 ‘신뢰회복’ 강조

과중한 사건 부담 등으로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 중인 대법원이 새해 첫 근무일부터 1심 충실화와 항소심의 역할 재고를 주문하며 ‘하급심 강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급심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임과 동시에 무분별한 상소(上訴) 남용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항소심은 ‘두 번째 1심’이 아니다”며 “1심 법관은 최종심 법관처럼 최선의 결론을 내리고, 상급심 법관은 그 한계를 지킴으로써 판결을 쉽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급 제도가 그저 같은 사건의 재판을 되풀이하는 절차로 잘못 운용돼서는 안 된다. 한번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좀처럼 변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때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또 ‘항소심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해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는 재판이 가장 바람직한 재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인간의 경제적 의사결정은 합리적 이성보다는 감정에 좌우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기계적 법률가가 되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도 주문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57)과 김수남 검찰총장(57)은 같은 날 열린 법무부와 대검찰청 시무식에서 이구동성으로 효율적인 특별수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검찰 안팎에서 특별수사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을 의식한 듯 “최근 현재의 시스템이 거악 척결에 미흡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특별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구조적 부정부패 척결에 검찰의 역량을 더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김 총장 역시 “사회지도층 비리와 기업 비리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며 “올 한 해 검찰의 특별수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부패 사범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대검과 법무부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 형태의 특별수사팀 출범을 준비 중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대법원장#검찰총장#시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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